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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어제 성명 발표로 NLL 대화록에 대한 논란이 더 거세지고 있는데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함께 합니다.
▶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 교수님, 노무현 대통령이 NLL 대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서 대화하기 전에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발언을 하셨습니까?
-많이 하셨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수차례 머리에 박힐 정도로 많이 들었죠. 기본적으로는 NLL이 북한의 동의 없이 연합군 쪽에서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는 데 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이 있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을 그은 것 자체도 역사죠. 그리고 북한이 상당기간동안 스스로 동의는 안했지만 묵인해 왔거든요. 실제 물자를 서로 주고받을 때도 NLL을 경계로 해서 주고받은 적도 있고. 그런 묵인의 역사가 있고. 또 한편으로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그것을 영토선이라고 인정하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지만 그 나름대로 역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둬서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런 차원에서 평화지대 구상을 한 거죠. 평화지대 구상이라는 게 그냥 나온 건 아니고요. 전체 동북아 질서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큰 생각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 NLL을 둘러싼 남북 간의 군사적 갈등, 긴장, 대치상황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 평화지대 구상을 제시했다?
-남북 간 화해협력 분위기가 있어야 지금 중국과 미국이 어떻게 보면 각축전 내지는 열강이 부딪치는 동북아에서 우리 나름의 목소리를 가지고 우리 나름의 동북아 구상을 밀고 갈 수 있지, 그렇지 않고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곳에서 또 다시 식민지, 분단 이전의 역사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거거든요. 국방력 강화,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 NLL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를 그런 큰 틀 속에서 하나의 그림을 가지고 계셨던 거죠.
▶ 제주 해군 기지도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이 된 거군요?
-그 당시 허가를 하고 계획을 했죠.
▶ NLL과 관련해서 어제 국정원이 발표한 설명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이거든요.
-남쪽의 NLL 선에서 남쪽으로 평화지대 구상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NLL 포기라고 이야기한다면 그야말로 흔히 시중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군사분계선 위에 개성공단을 열면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포기한 겁니까? 아니란 말이죠. 그러니까 해석의 여지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겁니다. 그것을 국정원이 이 시점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이야기할 때도 아니고 지금 현재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된 마당에 이것을 꺼내면 누가 봐도 물 타기 한다는 인식밖에 더 되겠습니까.
▶ 노무현 대통령이 이러한 생각을 여러 공·사석을 통해서 주위 분들과 나눴다는 건데요.
-저도 수없이 들었죠. 정말 NLL을 포기한다, 감히 그런 이야기가 들어왔으면 저부터라도 말렸죠. 물론 안보관련 사안은 제가 관여하는 사안은 아니었습니다만 국민적 상식에서 그것은 정말 무리고 만일 그렇게 생각하신다 하더라도 그것은 추진할 수 없는 거라고 이야길 드렸겠죠. 그런데 그런 감이 전혀 없었거든요.
▶ NLL을 우리 국민들은 사실상 우리의 영토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인식하는 분들이 많죠.
▶ 그 점을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저는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 합니다. 영토는 우리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이고요. 그것은 휴전 중에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죠. 그 점은 우리가 인정을 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는 부분은 틀림없는 사실이거든요.
▶ 국회에서는 대화록 전문을 열람하면 이 문제에 대한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여기에 동의하십니까?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NLL싸움 본질은 여야 싸움 그 자체가 본질입니다. 그러니까 정국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과정에서 우연히 국정원 문제도 들어오고 NLL 문제도 들어왔다 뿐입니다. 그 싸움이 어느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냐면 그야말로 국가의 격과 체면과 신뢰를 손상시키는 문제까지 끌어들일 정도로 정쟁이 치열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가의 이익이고 신뢰고 여야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겁니다.
▶ NLL이 아니었어도 싸웠을 것이다?
-얼마든지 다른 문제로 또 싸웠을 텐데.. 사실 대화록 공개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대화록 공개를 할 정도까지 싸움이 치열하고 체면 불구하고 지금 양쪽이 서로 부딪치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로 치열하고 치사한 싸움이, 국격과 국가의 신뢰를 떨어뜨릴 정도로 싸우는 사람들이 NLL에 나온 대화록을 보고 ‘당신 해석이 맞다,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인정할 사람이 있겠는가? 없죠.
▶ 국회에서 이 대화록 공개에 대해 3분의 2 정족수가 채워져서 의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어요. 저는 본회의에 상정은 되어도 다수 양식 있는 국회의원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부결 시킬 거라 생각했거든요.
-우리 정치가 정말 이 정도까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봅니다. 국민이 여야 모두를 합쳐서 단호하게 꾸짖어야 될 것 같습니다.
▶ 여당도 야당도 지도부가 강제적 당론 수준으로 단속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양쪽 정당 다 지도력이 전혀 먹히지 않는 상태이지 않습니까.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되어 있는 상태이고 그 실종된 상태에서 동북아 전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상도 없고 상대방에게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그것이 NLL 문제가 되었든 경제 민주화 문제가 되었든 국정원 문제가 되었든 무슨 문제든지 가져와서 이슈화 하고 자기한테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가는 정치죠.
▶ 참여정부 때도 그랬죠?
-옛날 정치에서 리더십이 있을 때는 그나마 큰 틀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 지도력이 상실되면서 점점 더 심해지는 현상을 봅니다. 답답하죠.
▶ 어떤 칼럼에서 이런 표현을 쓰셨더군요. ‘속 좁은 여당, 어리석은 야당’
-그랬더니 누가 균형이 안 맞는다고. 야당에 속 좁다고 하지만 비열하다고 표현해야 하지 않느냐. 왜 균형이 안 맞느냐고 하는데 제가 야당 편을 조금 드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썼습니다.
▶ 이번 논란을 계기도 친노 세력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정면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사실 제 입장에선 관심도 없고 의미도 없습니다. 친노가 주도를 한다, 만다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 세력이 조금 커졌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누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NLL 문제만 하더라도 동북아 전체에 대해서 어떤 질문을 던져 주느냐가 문제인데 그런 질문도 없이 힘만 가진다? 그게 무슨 의미냐면 힘 가지는 즉시 바로 실패한다는 얘기고 바로 내려앉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큰 그림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되어야지 능력도 안 되는데 힘을 잡으면 그만한 비극이 없습니다. 국민한테도 비극이고. 그래서 세가 강해졌다 약해졌다 보다 저 사람들이 제대로 던져야 될 질문을 던지고 있고 해야 할 말을 하고 있고 제대로 해야 할 구상을 하고 있는가, 이것을 따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NLL 관련으로 말씀을 듣다 보니까 여고 야고 간에 21세기 새로운 동북아 구상이라고 하는 비전을 내놓고 경쟁을 하는 것이냐, 라는 근원적 문제제기를 하고 계시는 거군요.
-보수 내지는 여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입장에서 보면 제가 그냥 느끼기에 독자적인 구상이 필요 하느냐, 한미일 동맹 체제가 있고 미국이 주도적으로 해 가는데 거기에 협조 정도 하고, 중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으니까 중국과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 북한은 내려누르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아니라는 거죠. 이제 그런 정도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 적당히 줄타기를 하고 갈 정도가 아니란 말이죠. 그러니까 동북아에 대한 구상을 보수 세력이 됐든 여당이 됐든 해주어야 하고요. 야당도 우리 자체가 힘이 없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청일 전쟁, 러일 전쟁, 남북 분단에서 다 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제대로 국방력을 가지고 지킬 수 있는 자주국방, 힘을 가질 수 있느냐, 이런 문제를 정말 엄중하고 심각하게 물으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나올 것이고 그 이야기를 해달라는 겁니다.
▶ 대통령이 취임 후 한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가지를 걷었다고 하는 평가들이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새로운 동북아 구상이라는 점에서 보면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미치지 못하죠. 우리가 중국에 방문해서 여러 가지 화려한 이벤트도 많았고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도 많았죠. 그러나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한중외교 하기 굉장히 좋은 시점 아닙니까. 북핵 문제는 우리가 답답한 만큼 중국도 답답할 겁니다. 눈에 가시가 박히는 거예요. 우리가 핵을 가진다 했을 때 미국이 엄청나게 막을 거 아닙니까. 그것과 똑같은 입장일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속에서 보면 오히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건질 게 더 많았다고 보는데 결과적으로 우리가 내준 게 더 많았다고 봅니다. FTA를 앞으로 협상하겠다고 하는데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겠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것은 앞으로 FTA 협상할 때 우리의 스탠스를 약화시키는 결과가 됩니다. 그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잘 보고 이해해야지..
▶ 중국 시장이 우리한테는 새로운 기회인데 무역 불균형 시정 약속을 먼저 해버린 것은 FTA 협상에서..
-저쪽에서 요구하니까 이쪽에서 해 준건데 저쪽은 그런 약속을 굉장히 중히 여길 거란 말이죠. 그런 점에서 좀 더 큰 구상을 가지고 들어갔으면..
▶ 당장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에 압박하는 쪽에 너무 비중을 둬서 가다보니까?
-한국과 중국과 미국의 입장이 똑같은 겁니다. 그러니까 중국에 그렇게 접근하는 것, 중국과 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미국이 지금 용인하고 있는 거죠.
▶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해서 미국, 중국이 각축하고 있고 우리가 그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찾아야 되는 상황에서 국내정치권은 NLL 대화록 공방을 벌이고 있고. 이런 상황을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뭐라고 하셨을까요?
-대단히 답답해 할 겁니다. 여야를 다 답답해 할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우선 남북화해협력이라는 측면에서 여당에 대해서 굉장히 답답해 할 것 같고요. 그리고 우리 스스로 힘을 가지는 문제, 국방력을 더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 야당에 대해 답답해 할 것 같아요. 지금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이 별로 안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주 해군기지 문제만 하더라도 엎어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런 문제를 노 대통령 입장에서 조금 답답해 할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 야당이 언제든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 수권정당 모습을 가지고 국민들께 다가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제발 여야가 패권싸움을 안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된 이슈와 큰 그림을 가지고 어느 그림이 더 옳은 가를 가지고 싸워주었으면 좋겠어요.
▶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실장을 지내셨는데 마지막 질문으로 이런 질문을 드릴게요. 박근혜 대통령한테 정책적, 정치적 조언을 하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시겠어요? 전체 국면 속에서.
-전체 국면을 놓고 이야기 드리면 경제문제, 산업구조 문제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심각합니다. 2~3년, 4~5년 뒤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를 정도로 지금 상황이 안 좋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제가 보기에. 그리고 경제팀이 너무 약하다. 팀 전체가 너무 약하고 전체적인 상황 파악이나 문제인식 자체가 굉장히 약한 거 아닌가. 그래서 경제 정책에 리더십을 확실히 하는 것, 그림을 확실히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취임 직후에 한미 외교, 한중 외교는 일단락 됐으니 이제는 경제, 민생 쪽으로 확실하게 국정운영의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옮기고 특히 산업구조개편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왜냐하면 지금 미국의 제조업 강화라고 하는 것이 앞으로 글로벌 분업 체계를 바꿀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게다가
▶ 그런 경제 흐름을 잘 읽고 대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의존도가 높은 경제이기 때문에 그런 하나하나의 변화가 우릴 때릴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