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면서 계속 연출을 꿈꿨습니다. 훌륭한 감독과 작품을 하면서 연출을 많이 배웠고요. 하지만 연출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제가 아니라 이 작품입니다. 전율이 오는 내러티브는 제가 연출을 하도록 이끌었어요.”
19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만난 러셀 크로우(51)는 생애 처음 연출에 도전한 영화 '워터 디바이너'(28일 개봉)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지난 25년간 호주와 헐리우드를 넘나들며 30여편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첫 연출작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기자회견장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헐리우드 스타를 보기 위한 수백명의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러셀 크로우는 긴장한 기색 없이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했다. 이어 사진 촬영을 위해 손을 흔들어 줄 것을 요청받자,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거나 테이블 위에 놓인 명패를 들어 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잔인한 무사 막시무스('글래디에이터'), 냉철한 자베르 경감('레미제라블')으로 선굵은 남성성을 선보여온 그는 한국팬들에겐 "푸근한 이웃 아저씨”로 다가왔다.
그가 주연 및 연출을 맡은 신작 '워터 디바이너'는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터키의 갈리폴리 전투에서 세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의 여정을 그린다. 8만명이 죽은 대전투에서 그는 전쟁의 참혹함뿐만 아니라 생사를 초월하는 뜨거운 부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실제 두 아들의 아버지인 그는 촬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정도로 '아들 바보'다.
"자녀들은 제 삶의 이유죠. 그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거에요. 한국에서 가족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한국관객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의 청년들이 참전해 목숨을 잃은 갈리폴리 전투는 호주인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겼다. 4살때 호주로 이민간 후 호주에서 자란 러셀 크로우는 한국 관객과 역사적 측면에서도 소통할 것을 기대했다.
"당시 (호주)청년들이 시체가 돼서 고국에 들어왔을때 엄청난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한국도 전쟁으로 인해 많은 상실감을 느낀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슬픔과 진한 모국애를 다함께 공감하고 싶어요.”
촬영장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연기에 눈을 뜬 그는 1990년 전쟁 '암본의 심판'으로 데뷔한 후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항상 연기를 하면서 디테일, 협동심, 노력을 잊지 않으려 했다. 무슨 역이든 폭 넓고 깊게 공부하고 역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헐리우드 스타도 30년 전에는 성공을 갈망하는 무명시절이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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