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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여진구(18)는 이 영화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내 심장을 쏴라’는 스무살을 목전에 둔 그가 “10대의 마지막을 불사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가족 불화로 상처를 입은 두 청년이 정신병원에서 만나 탈출을 꿈꾼다는 내용도 꽉 막힌 곳을 뚫어주는 통쾌함이 있었다.
25살 청년 수명 역을 맡은 그를 최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수명은 삶에 맞서 싸워야하는 순간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계속 도망가요.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있죠. 우리들도 그렇잖아요. 가끔은 도망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죠”
착 가라앉는 듯한 굵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앳된 인상과 달리 목소리에선 중후함이 묻어났다.
“중학교때 변성기가 심했어요. 목소리가 컨트롤이 안되니까 이대로는 연기를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죠. 그때는 자신감이 없어서 말도 안하고 땅만 쳐다봤어요. 마치 수명이처럼요.”
수명이 승민(이민기)을 만나 용기를 되찾고 탈출을 감행할 때 그는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고 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자기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 결국 자기 문제는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냥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해요. 실수도 할 수 있고, 좌절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고…. 청춘이니까 도전을 즐겨야죠.”
2005년 8살때 드라마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이범수 아역’(자이언트), ‘조인성 아역’(쌍화점)으로 이름을 날렸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려고 연기를 시킨 부모님은 그가 이렇게 오래 연기를 할 줄 몰랐다며 놀라워한다고.
“어렸을때는 TV에 나오는 게 마냥 좋았죠. 중학교 가니 오히려 연기가 어려워졌어요. 그 어려움이 좋더라고요. 힘들어도 완성작을 보면 노력이 느껴지니까 희열이 커요. 그 맛에 해요”
지난 10여년간 학교보다 촬영장이 편했던 그는 대학생활이 기대된다고 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연극영화과보다는 연기에 도움이 되는 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이제 고3이 되니까 입시에 대한 현실감이 다가오더라고요. 대학 캠퍼스를 당당히 걷고 싶어요. 대학 시절의 로망을 떠올리면 가슴이 뛰어요. 하하”
치아가 훤히 보이게 웃었다. 대학 얘기에 들떠하는 여느 10대들의 모습이었다. 그는 촬영이 없을 때면 또래 친구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린다. 친구들은 게임을 못하는 그를 게임에 끼워주고, “너는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면 안된다
“쑥쓰러우니까요…. 이 말을 꼭 실어주세요. 친구들아 고맙다!”
10대의 마지막 해를 남긴 청춘의 외침이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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