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윤석원은 뮤지컬 ‘러브레터’에서 아키바로 열연했다. 아키바는 첫사랑 이츠키를 잊지 못하는 히로코 옆에서 묵묵하게 기다려주기도 하며, 듬직한 버팀목이 되는 인물이다. 윤석원은 그런 아키바를 따뜻한 미소와 뭐든 이해해줄 것 같은 눈빛으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먹먹함을 안겼다.
윤석원은 뮤지컬 ‘러브레터’에 대해 “슬픈 작품이다. 어느 부분이라고 꼬집지 않아도, 다 슬프지 않나, 등장부터 끝날 때 까지”라며 “관계부터 짠하다. 떠나보낸 친구 애인을 사랑하는 아키바, 안타깝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러브레터’, 히로코와 나의 성장 스토리”
윤석원은 “‘러브레터’는 히로코의 성장 스토리라고 생각하는데, 나 또한 성장한 것 같다. 대본을 받을 때 아키바 히로코를 안아줄 때 감정이 ‘그냥’이면 안 될 거 같더라. 나도 같이 성장하는 듯 했다”고 털어놨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영화 원작이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광범위한 장소를 상상력으로 표현해야할 뿐 아니라, 함축적으로 나타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브레터’는 풍부한 넘버와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장면까지, 장소의 협소함을 뒤로한 채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냈다. 때문에, ‘러브레터’는 있는 그대로로 충분히 제 맛이 났다.
그는 극 중 좋아하는 장면에 대해 “소녀 이츠키가 소년 이츠키에게 ‘좋아하는 사람있니’라고 하는 그 장면이 좋다”며 “소년 이츠키가, ‘이렇게 만나게 된다면 꼭 말해주고 싶었다’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말을 못한 것 아닌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윤석원이 분한 아키바는 극의 중심을 잡는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봤을 때 히로코는 정신 이상자가 될 수 도 있겠더라. 어떻게 하면 이츠키와의 관계에 힘을 더할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히로코는 세상을 떠난 이츠키의 고향에 편지를 보내고, 답장이 오자 하늘에서 이츠키가 답해준 것이라 믿는 인물이다. 윤석원은 “사실 그 장면이 쉽지 않다. 그 장면에서 아키바는 히로코를 향한 2년의 시간을 담아내야 하는데, 노래가 밝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무대에서 상대 배우에서 눈물을 봤을 때, 벅차올라”
그가 무대에서 벅차오를 때는 함께하는 배우에게서 눈물을 봤을 때다. 윤석원은 “배우에게 감정이 안 느껴진다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극 중 소년 이츠키를 분하고 있는 조상웅과 강기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석원의 말투는 상냥했고, 눈빛은 따뜻했다. 하지만 무대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는 “노래하듯이 연기하고 연기하듯이 노래하고 싶다. 노래는 템포지 않은가. 노래하듯이 연기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윤석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이미 그는 ‘노래하듯 말’을 내놓고 있어, 무대에서 그의 모습도 힘 있어 보였다.
“아날로그 감성과 잘 어울리는 배우”
윤석원은 아날로그 감성과 꽤 어울리는 배우다. 말투는 나긋나긋했고, 말 한마디에도 진심을 담아 조심스럽게 내뱉는 모습은 편지를 쓰는 듯 깊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로 중무장한 그의 눈빛과 제스처는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때문에 ‘윤석원’이라는 이름에 극찬을 쏟아내는 대학로 배우들이 적잖다. 이에 대해 윤석원은 “술을 함께 마시는 것 뿐”이라고 답하며 너털웃음을 짓더니 친한 배우를 묻는 말에 김동현, 강하늘, 김무열, 조정석, 이충주, 고훈정 등을 언급했다.
‘꿈’에 대한 질문에 윤석원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그는 훗날, 장어를 양식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석원은 “광화도에서 장어를 키우고 싶다. 배우들 불러서 같이 장어 구어서 술도 한 잔 하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대학로에서 황금인맥을 자랑하는 그 다운 답이었지만, 윤석원이 없는 대학로는 밋밋할 거 같다. 손끝이 아닌 마음으로, 진심을 담은 마음을 설레는 감정으로 전하던 아날로그 감성은, 윤석원에게만 묻어나는 따뜻함이기 때문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