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아가사’가 1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났다. 작년 300석 소극장에서 110분의 러닝타임으로 무대에 올랐던 ‘아가사’는 700석 중대형극장에, 인터미션 15분을 포함해 150분으로 늘어난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 역시 천재 여류작가 아가사 크리스티를 다뤘지만, 무대 크기와 러닝타임 외에도 연출과 출연배우까지 달라져, ‘그 공간’이 어떻게 메워질까가 이번 작품의 관건이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극 중 아가사와 로이 외의 다른 인물에 대한 초점이 더해졌다는 것은 극의 개연성을 살릴 수 있지만, 동시에 아가사와 로이의 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이 적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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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가사’는 배우들의 호연과 극적 장치로 극에 긴장감과 촘촘함을 더했다. 때문에 극장을 채우는 배우들의 음색은 더 큰 울림으로, 기억과 기억이 아닌 공간을 메우는 꽉 찬 무대는 더 깊게, 부드러운 촌철살인 대사들은 기억과 감정, 관계와 동기 등 대한 잊고 지낸 심리를 두드린다.
우선, 아가사를 맡은 최정원은 악몽에 시달리는 불안한 상태지만,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아가사의 심리를 흔들리는 눈빛과 폭발하는 음색으로 응어리진 울분을 표현했다. 그는 레이몬드에게 대하는 자상한 면모와, 자신의 남편과 유모 등에게 분노하는 장면, 꿈속을 헤매며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 등을 통해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다채롭게 나타냈다.
로이 역의 김재범은 대극장을 메우는 울림에서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적재적소에 풀어 놓아, 아가사 뿐 아니라 관객들까지 쥐락펴락했다.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노래인지 대사인지 가늠할 수 없이 촘촘하게 극을 이끄는 그의 매력은 ‘아가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독을 먹고 쓰러진 여성을 살리고 나서 아가사에게 건네는 능청스러운 대사나, 독약에 대해 늘어놓는 그의 모습은 생경할 수 있는 캐릭터에 힘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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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아가사’는 배우들의 작은 동작에도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실종된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의 행적을 찾는 기자 폴이나, 자신이 눈에 본 것을 좆는 레이먼드의 모습은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차가운 표정의 아가사 남편, 의뭉스러운 유모 등은 의심을 드리운다. 드러낼 수 없는 몽환적인 느낌과 ‘관계’로 얽혀있는 인물들의 내적 심리는 잔영으로 남아 ‘아가사’의 또 다른 재미로 느껴질 것이다.
한편 ‘아가사’는 최정원, 이혜경, 강필석, 김재범, 윤형렬, 박한근, 정원영, 려욱, 안두호, 박준후 등이 출연하며 오는 5월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