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 천안 북일고등학교.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로 연인들이 쏘다녔다. 그 사이에 머쓱하게 낀 칙칙한 남자 3인방. 훗날 밴드 ‘버스커버스커’로 유명해진 그들이었다. 당시 22살 청춘 장범준은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었다. ‘벚꽃축제야 빨리 끝나버려라’하는 질투심에서다. 이때 만들어져 이듬해 발표된 ‘벚꽃엔딩’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가요계 종사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봄 계절송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3일 정부 공인통계 ‘가온차트’에 따르면 벚꽃엔딩은 발표 이후 3년 연속 봄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곡이 대중 뇌리에서 잊히는 ‘패스트 뮤직’ 양상이 일반화된데다 곡 발표 이후 이렇다할 만한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인기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장범준의 작사·작곡 능력과 감미로운 목소리가 대중들 감성 코드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무심한듯 툭툭 던지는 목소리가 매력 있다.
특히 장범준은 여느 가수들과는 달리 방송 예능프로그램 등에 일절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정덕현 씨는 최근 기고에서 “(장범준이)방송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장범준의 곡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봄 특유의 정서를 노래하는 점도 강점이다. ‘봄바람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 잎이/울려 퍼질 이 거리를/둘이 걸어요’ 가족·친구·연인과 벚꽃이 날리는 거리를 걸을 때 듣기 제격이다.
흥미로운 점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벚꽃엔딩의 인기가 급상승한다는 사실이다. 김진우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수석연구위원이 가온차트와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겨울이 지나고 처음 10도 이상의 평균 기온(주간단위)을 보이는 주로부터 3주 후에 벚꽃엔딩의 차트 순위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의 경우 3월 첫째주 평균 기온이 12.4도를 기록해 처음 10도를 넘었다. 같은 기간 벚꽃엔딩의 차트 순위는 127위에서 54위로 껑충 뛰었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난 3월말 순위는 2위로 가장 높았다. 2014년엔 봄 날씨가 1주일 일찍 찾아와 차트 등락 사이클이 1주일 빨랐다.
물론 벚꽃엔딩 말고도 젊은층 사이에서 사랑받는 봄 노래들이 많기는 하다. 로이킴의 ‘봄봄봄’ ,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벚꽃엔딩 인기만 못하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하면서 “최근 나온 봄 노래들 중에서 발매 당시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한 노래가 바로 벚꽃엔딩”이라며 “그 이전만 하더라도 이렇다할만한 봄 시즌송이 없었는데 벚꽃엔딩이 시즌송 ‘선점효과’를 누리게 되면서 매년 습관적으로 찾아듣는 노래가 됐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네티즌들은 벚꽃엔딩을 ‘벚꽃연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봄만 되면 해마다 어김없이 전국 거리 곳곳에 울려퍼지면서 버스커버스커의 저작권 수입도 짭짤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가요계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벚꽃엔딩의 연간 저작권료는 억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벚꽃엔딩의 올해 성적은 어떨까. 김 수석연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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