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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은 가진 게 많죠. 물질을 많이 소유하면 그만큼 두려운 게 많을 거에요. 영화 속 청춘들은 기득권의 두려움이 없어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비정규직 사원 지누 역을 맡은 배우 류승범(35)이 말했다. 18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미국 가수 짐 모리슨을 언급했다.
“짐 모리슨이 ‘인간은 두려움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 말이 강렬하게 남았어요. 저 또한 두려움과 싸워 승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베를린’ 이후 3년만의 작품이다. 그는 밝고 유쾌한 ‘지누’라는 캐릭터에 끌렸다고 했다. 영화에서 지누는 5년 내내 골방 신세를 못 면하지만 “나는 가진 돈이 수천(억)이야”라고 긍정한다.
“세상을 비판하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이게 내 현실이야’라고 인정하는 태도가 부러워요. 성숙하고 여유있는 사람이죠. 마음도 열려있고요. 지누의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 ”
세상의 질서를 비웃는 듯한, 류승범 특유의 반항기 섞인 표정을 보는 것은 반갑다. 나이는 서른 다섯지만 마음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할 때와 똑같다.
“믹 재거(가수)가 일흔이 넘었는데 락앤롤을 하고 있잖아요. 락은 스피릿(정신)이죠. 청춘도 스피릿이에요. 육체 나이하고는 상관없요. 여행을 자주 하다보니 스피릿이 더 살아났어요.”
지난 3년간 보헤미안처럼 세상을 떠돌았다. 베를린, 파리, 뉴욕을 거쳐 파리로 돌아와 시간을 보냈다. 서울의 집은 처분했고, 달랑 짐 두개만 들고 떠났었다.
“집을 가장 잘 버린 것 같아요. 파리에도 집을 만들까했는데, 그러면 여행을 미루게 되더라고요.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데 다 보려면 집이 없는 게 나아요. 자유는 쫓아다니는 게 아니고, 내 안에서 찾는 거죠.”
화장기 없는 민낯과 헝클어진 머리가 잘 어울렸다. 왼쪽 팔에는 나비 문신이 새겨져있었다. “나비처럼 날아가고 싶어서” 그린 거라고.
요즘 그가 자주 하는 말은 ‘고 위드 더 플로
“인생은 내가 판단한다고 그 결과가 100% 들어맞는 게 아니잖아요. 항상 열어두고 살고 싶어요.”
언제 다시 파리로 돌아가냐고 묻가 씩 웃는다.
“아이 네버 노우(I never know). 때가 되면 만나겠지요.”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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