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1990년대부터 자리를 잡아가던 한국 뮤지컬 시장은 2000년대에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성공한다. 2001년 한국의 뮤지컬 시장을 산업적 영역의 기틀을 만든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총 150억원의 제작비에 190억원의 매출 올리는데 성공했고, 이후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커지게 됐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문화가 바로 멀티 캐스팅이다. 뮤지컬 관객이 두텁지 않은 상황 속 공연 제작사들에 있어 작품 홍보 및 티켓 판매에 가장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스타 마케팅이었고, 공연에 출연하고 싶지만, 온전히 전념할 수 없는 스타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던 것이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다중 캐스팅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캐스팅’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했던 뮤지컬 배우 마이클리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원캐스팅 밖에 없다. 처음 한국에 와서 멀티 캐스팅을 접하고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다양한 배우들의 조합과 배우들의 적절한 체력 안배 등 여러 장점을 자랑하는 멀티캐스팅이지만, 그럼에도 원캐스팅을 추구하는 작품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는 이를 통한 배우들 간의 호흡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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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의 김준수는 “뮤지컬배우로서 원캐스팅은 누구나 꿈”이라며 “배우로서 내 캐릭터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 언젠가 해보고 싶었다. 잘 끝내면 뿌듯할 것 같고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용기를 냈다”고 원캐스팅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원캐스팅은 배우의 역량을 키우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준다. 혼자 긴 공연기간을 이끌어 가면서 실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것이다. 작년 뮤지컬 ‘시카고’를 통해 원캐스팅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한 아이비는 ‘유린타운’을 통해 다시 한 번 원캐스팅에 도전하면서 “해보니 점점 발전하는 기분이 들었고 확실히 관리도 철저하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저는 원캐스팅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원캐스팅의 좋은 점에 대해 설명했다.
최정원 역시 “상대방이 원캐스팅일 때 호흡은 정말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연의 질은 더 좋아지고, 앙상블과의 호흡 역시 더 잘 맞는다”며 “뮤지컬 무대에 선지 27년이 됐다. 예전에는 더블캐스팅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물론 원캐스팅과 더블캐스팅의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원캐스팅을 선호한다”고 원캐스팅에 힘을 실어 주었다.
원캐스팅은 배우들만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뮤지컬 ‘아이다’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던 박칼린은 “원캐스팅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되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한 작품에서 한 배역을 한 배우가 맡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으며, ‘시카고’의 타니아 연출가는 “한 명의 배우가 무대를 맡는 것이 최선이다. 먼저는 배우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본인만의 역할을 창조하는 것 또한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원캐스팅과 관련해 한 뮤지컬 관계자는 “대부분의 연출가들은 멀티캐스팅 보다는 원캐스팅을 선호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 앙상블과 주연배우의 호흡을 확인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원캐스팅일 경우는 한 번만 맞춰보면 되지만 캐스팅 된 배우가 많으면 많을수록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지고 그만큼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캐스팅의 국내 도입은 정말로 힘든 것일까. 이에 대해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순천향대)는 “멀티캐스팅을 만드는 상황을 없애면 된다. 배우입장에서는 겹치기 출연을 할 필요 없이 안정적인 고용의 확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내 상업 뮤지컬 역시 1~2개월 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이상의 장기 공연을 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티켓 가격의 하향화가 이뤄져야 한다. 티켓 가격이 내려간다면 당장의 얻는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수익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티켓가격을 낮추기 않은 상태서 국내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을 시정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원 교수는 티켓 가격 뿐 아니라 멀티캐스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스타 캐스팅의 문제 역시 원캐스팅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했다. 원 교수는 “공연은 배우들끼리의 조화가 중요하다. 주인공이 여럿이 나온다는 것은 앙상블과의 호흡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