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 강영국 기자(장소협찬 BACO#41) |
2014년 9월 엄마가 된 정경미는 출산한 지 불과 23일 만에 라디오 DJ석에 복귀하며 자타공인 ‘욕망새댁’이 됐다. TV 프로그램 출연은 뜸하지만 MBC 라디오국에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고 있는 그는 언제나처럼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프로 방송인이다.
일하는 ‘맘스타’들의 좌충우돌 육아 이야기와 그들만의 특별한 육아 철학을 담은 ‘별주부전’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낙점된 정경미를 겨울의 한복판인 지난 1월 중순 서울 문래동에서 만났다.
예정에 없던 스케줄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친정엄마 찬스’를 쓴다는 정경미 역시 천상 ‘워킹맘’이다. 하지만 그는 “아침부터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 엄마들에 비하면 워킹맘 축에도 못 낀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법정 출산휴가 90일도 채우지 않은 빠른 복귀 결정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 고민이 많았어요. 방송일이란 게 육아휴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쉬긴 쉬어야 하는데 1년을 쉴 지 2년을 쉴 지, 그 이후엔 과연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지 굉장히 고민되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두시만세’ DJ석은 정경미의 자리잖아요. 그 자리를 길게 비워두고 싶지 않은 마음에 빨리 복귀하게 됐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생계형’의 이유도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여성 방송인의 숙명도 공백을 줄이게 된 배경이다. 단 3주의 공백으로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축에도 못 들겠으나, 돌아와주기를 기다려주는 일터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복이다.
정경미의 하루 일과는 보통의 일하는 엄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준이가 일어나고 EBS ‘딩동댕 유치원’으로 시작되는 하루. 준이와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정오가 되면 MBC 표준FM ‘두시만세’ 생방송을 위해 출근 준비를 한다. 방송을 마친 후엔 바람처럼 칼퇴. 개인적인 약속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 퇴근 후 일과는 오롯이 준이에게 집중된다. 놀이-식사-목욕 등을 마치면 어느새 재울 시간이 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풀타임 워킹맘’보다는 아이와 함께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맘’에 비해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불릴 일이 더 많은 그이지만, ‘일상’은 여느 엄마들과 마찬가지다.
준이가 세상에 나온지 어느덧 16개월. 아이가 태어나고 생후 1년 가량은 ‘죽어라 싸우는 시기’라는 게 초보 엄마아빠들의 일반론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과 180도 달라진 환경 속 부부간 대화 단절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섭섭함 등이 보통의 수순인 것. ‘전국구’ 잉꼬부부 정경미-윤형빈은 어땠을까.
“저희는 오히려 대화는 많이 안 한 것 같아요. 대화를 하면 계속 싸우게 되고 대화 단절이 되는 것 같아서였죠.” 왠지 웃프다.
“초반엔 준이아빠가 밤중수유를 너무 잘 해줘서 ‘훌륭한데?’ 생각했는데, 아이도 패턴이 잡히고 아빠도 바빠지고 하다 보니 아예 아이를 못 보는 거죠. 처음엔 섭섭했는데 일 때문에 못 들어오는 거니까 어쩔 수 없더라고요. 또 계속 미안하다고 하고···”
지금은 섭섭한 일이 있어도 내면에서 삭히고 있지만 “가끔 욱 할 때가 있다”는 정경미. “그래도 말 안 하는 게 더 편안하다”며 슬며시 웃는 그에게선 왠지 모를 성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초보엄마인 그녀도 아이를 키우며 아찔한 순간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처음 준이가 불덩이가 됐을 때 이론으론 알겠는데 막상 닥쳐서 해보려니 아찔했던 경험. 불과 몇 걸음 거리에 잠시 가방을 가지러 간 사이 눈앞에서 준이가 사라져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 덕분에 “만에 하나 발생할 순간에 순발력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 이제 외출할 땐 손에 무언가를 들지 않게 된다” 한다.
엄마가 된 뒤론 스케줄 잡는 일도 조심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아이도 걱정되지만, 나날이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손주를 돌봐주시는 친정엄마의 건강도 걱정이다. 그는 “문득 입술이 터져 있으시거나 파스를 붙인 친정엄마를 보면 너무 미안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준이 역시 엄마가 일터에 나가있는 동안 무럭무럭 꿈을 키워갈 터. 요샌 한창 엄마아빠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데, 청소용 밀대를 밀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여간 야무진 게 아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해가는 아이를 보며, 엄마의 고민도 커져간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무조건 많이 놀게 하고 뒹굴게 하려 했는데 막상 낳고보니 다양한 육아, 교육 정보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어떤 엄마는 언어 습득의 적기에 외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하는데 또 다른 엄마는 취학 연령 전엔 놀게 하겠다고 하고. 어떤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제 안에서 부딪치고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변함 없는 작은 소망은 어려서부터 ‘봉사’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부족한 것을 잘 모르잖아요. 준이 아빠와 같이 봉사활동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본인이 처한 환경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느낄 수 있게요. 단, 저는 빼고요 호호호.”
역시 천상 개그우먼이다. 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닌 그에게 물었다. 어떤 엄마가 되고 싶어요? 눈을 반짝이던 정경미의 답이 이어졌다.
“아직은 저도 엄마로서 많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