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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지 작가의 작품/ 사진=연합뉴스 |
모노크롬(단색화)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이정지(75·여) 작가의 전시가 26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립니다.
'왓 아트/아 유 두잉 나우?'(What ART/ARE you doing now?)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 전시회에선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주요 작품 30여점이 소개됩니다.
1960~1970년대 사물이 지워졌을 때 나타나는 공간과 흔적에 집중한 작가는 1980년대 모노크롬 회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이러한 관심사를 확장해나갑니다.
작가는 안료를 덧칠하고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남은 흔적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표면에 새겼습니다. 또한 사물의 이미지 대신 서체를 도입, 서체의 쓰기와 지우기를 통해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는 안진경체와 추사체를 작품에 끌어들여 행위를 화면과 일체화하는 시도를 펼칩니다.
전시 작품 대부분이 이렇게 문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 씨는 전시회 개막에 앞서 11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문자적인 요소와 회화적인 요소를 같은 화면에 처리하는 작업을 좋아한다"며 "때로는 안진경체를, 또 때로는 추사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덧칠 후 긁어내는 작업을 통해 숨겨진 글씨를 드러냄으로써 내 의도를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진경체와 추사체를 익히기 위해 수십년째 매일 연습을 거듭한다는 그는 그러나 '흉내 내기'를 피하려고 붓 대신 팔레트 나이프로 글씨를 쓴다고 덧붙였습니다.
"붓으로 흉내 내기보다 팔레트 나이프로 어눌하게 쓰는 편이 호소력 있게 느껴져서요. 어떤 때는 서체를 살리고 또 어떤 때는 매몰시키면서 제가 추구하는 '중간적인 세계'를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가 2000년대 들어 몰두한 동그라미를 활용한'『○』 시리즈' 작품도 다수 선보입니다.
그는 "'○'는 시작과 끝이 없는 우주를 상징하는 일원"이라며 "지고한 정신을 상징하는 원으로 여러 의미를 포함하는 동시에 그 모든 것은 하나로 모아지는 마음의 현상"이라고 그 의미를 풀어 설명했습니다.
전시작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이 200호에 이르는 등 대작이 다수를 이룹니다.
이 작가는 "미술계가 남성 위주이다 보니 여성 작가가 인정받으려면 남성보다 5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 그런 화단 분위기 때문에 스케일이 있는 작품을 주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작 선정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며 "내 작품을, 나라는
아직도 거의 온종일 작업에 매달린다는 그는 "내가 투철한 사명감이 없고 흔들렸다며 단색화가 외면받는 시기에도 이렇게 이 작업을 끌고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회 제목도 '오죽하면 내가 뭘 하고 있나'라고 묻는 독백에서 따왔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