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시간이 지나도, 함께 하지 못하고 떨어져 지내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 함께 지낸 시간 만으로도, 그 추억만으로도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텅 빈 허전함을 채워갈 수 있는 힘. ‘국경의 남쪽’은 그 힘에 대한, 사랑에 관한 얘기다.
‘국경의 남쪽’은 서울예술단 30주년에 선보인 창작가무극이다. 서울예술단 작품답게 무대, 스토리, 넘버, 춤, 배우들의 호연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남과 북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와 첫사랑이라는 지울 수 없는 추억을 통해 먹먹함을 자극했다.
![]() |
↑ 사진=서울예술단 |
“아무리 캄캄해도 하늘은 하나인데 아무리 캄캄해도 내 마음은 하나인데, 나는 여기, 너는 거기 –나는 여기 너는 거기
“당신 음악소리가 낯설지 않아. 마치 당신처럼. 국경을 넘어 내 곁으로 다가온 사람. 어쩌면 우리 인연인가 봐 –나랑 할래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맴돌고 우리는 제자리-봄 여름 가을 겨울
![]() |
특히, ‘국경의 남쪽’은 서글픈 마음이 작품 전체를 휘감고 있지만, 경쾌한 멜로디와 인물들의 마음이 담긴 곡들로 그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눈물 콧물 짜는 코미디’ ‘사랑도 인생도’ ‘빙빙빙’ ‘나랑 할래요’ 등이 그렇다. 또 ‘만났으니 됐어요’ ‘누구에게 따져야 하나’ ‘니는 여기 너는 거기’ ‘봄 여름 가을 겨울’ ‘꿈 같은 세상’ 등은 극의 감정을 극대화 시켜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 같은 감정은 배우들에게서 더해진다. 서울예술단 단원 박영수와 최정수 송문선, 하선진, 객원으로 출연한 최주리는 이념을 떠나 ‘사랑’이라는 감정에 치닫는 인물들의 모습을 너무나 생생하게 나타냈다. 북한 사투리 뿐 아니라, 인물의 감정이 스며든 배우들의 모습은 ‘국경의 남쪽’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다.
‘국경의 남쪽’은 남과 북이라는 이념을 넘어, 사랑에 관해 재고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워하는 그 무언가에 대해, 다시 볼 수 없는 그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죽기 전에 볼 수 없던 것만 같던 사람과 재회했을 때, 혹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꿈에서 만난 것 같은 묘한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 |
세월에 따라 계절이 지나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어도, 당신이 누군가와 있어도,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는 애틋한 감정을 느낄 있다. 이는 다시 들을 수 없는 목소리, 다시 볼 수 없는 눈동자, 만질 수도 없는 대상을 다시 마주했을 때 밀려오는 감정을 담담하면서도, 삭히는 노래로 그렸기에 가능했다.
‘국경의 남쪽’은 오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