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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호스님 |
불교방송(BBS)라디오에서 10년째 전파를 타고 있는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는 공개방송때마다 수천명이 몰려드는 장수 인기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월호스님이 최근 산문집 '아무도 너를 묶지 않았다'(샘앤파커스)를 냈다.
"마음이 묶이면 인생도 묶여요. 그런데 다들 묶여 있어요. 아무도 묶지 않았는데 말이예요. 내가 나를 묶고 있는 거죠. 그 묶인 걸 풀어내면 행복해지는 거죠."
스님은 힐링의 첫번째 덕목으로 스스로를 묶지 말 것을 권한다. 그게 가능하려면 자기 객관화가 필수다.
"자기 밖으로 한 발 나가서 보세요. 나가서 나를 관찰하세요. 그리고 말을 하세요. 자기 이름이 홍길동이라면 '지금 홍길동이 화를 내고있네'라고 말하세요. 그러면 화가 사그라들어요. 자기 이름 직접 부르는게 어색하면 그럴때마다 부르는 별명을 하나 지으세요."
현재 경기도 이천과 서울 장충동에 행불선원을 운영하고 있는 스님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후 대우그룹에서 근무하던 스님은 가까운 주변사람들의 잇따른 죽음을 접한 후 인생의 회의를 느끼게 된다. 직장에 사표를 낸 스님은 동국대학교 선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다니며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박사를 마친 1994년 늦은 나이에 쌍계사로 출가한 스님은 수행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불경강의를 하게된다.
"그때 재미있게하려고 영화를 사례로 들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소문이 났나봐요. 그래서 '영화속 불경여행'이라는 TV프로를 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계속 방송일을 하고 있어요."
스님은 영화나 음악을 통해 불경을 이야기하는게 자신의 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음악은 조회수가 엄청나죠. 하지만 불경강의는 조회수가 안 나와요. 그래서 대중문화를 통해 불경을 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부처님 역시 수많은 사례를 통해 불법을 전하셨어요. 비유의 달인이셨죠."
스님은 책에서 '여여부동(如如不動)'을 강조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바람 잘 날을 기다리면 안되죠. 가지가 많은데 바람 잘 날이 있겠어요.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으면 되는 거죠. 집착같은 걸 모두 버리고 세상사를 강넌너 불구경하듯이 보면 되요."
신도수·출가자 감소 등 최근 거론되고 있는 종교 위기설에 대해서 스님은 쓴소리를 던진다.
"믿음만 강조하는 종교는 희망이 없죠. 원리를 말해주고 왜 믿어야 하는지를 알려주지도 않은채 무조건 종교가 있으니 믿으라고 하는게 말이 되나요. 종교는 원래 의심에서 시작해서 확신으로 가는 거예요.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노력을 종교가 해야 할 때인거죠."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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