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한국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중국 작가 전시가 예정대로 잇달아 치러져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제이케이앤컴퍼니는 8일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중국의 베이징심포니오케스트라(BSO)의 한국 공연이 돌연 취소됐다"고 밝혔다. 기획사 측은 "내한공연이 불가하게 됐다는 사실을 지난주 이메일로 통보 받았다. 정확한 취소 사유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1977년 창단된 베이징심포니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오는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과 일부 지방 도시에서 내한 연주회를 열 예정이었다.
중국이 소프라노 조수미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한국 연주자의 자국 공연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 연주자의 한국 공연도 적극적으로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것이다.
한한령 여파는 최근 중국 관광객들의 1번지인 '난타'도 멈추게 했다. '난타' 제작사 PMC프로덕션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위주로 운영해온 충정로 극장의 운영을 오는 4월부터 2~3개월간 중단하기로 했다. PMC프로덕션 관계자는 "최근 중국 당국의 한국관광금지령 이후 중국 단체 손님이 제로 수준으로 줄었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폐쇄 여부까지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0년 국내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 전용 공연장을 통해 공연된 '난타'는 수년간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꼽혀왔다.
특히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할퀸 내상은 깊을 전망이다. 지난달 말 당초 올 상반기 중국 문화부의 후원을 받아 열기로 했던 한중 수교 기념 전시회가 결렬된 데 이어 역시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던 베이징심포니 내한 공연까지 취소되며 교류 행사가 올스톱될 위기다.
반면 한국 문화예술계가 주최하는 중국 전시와 공연은 '약속'대로 치러져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98년 이래 20여 차례 한중 수교 기념 음악회를 열어 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관계자는 "올 8월 말 금호재단 주최로 차이나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열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취소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9일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상상적 아시아' 전은 전세계 17명 미디어 아티스트 작가 가운데 무려 3명이 중국 출신 작가다. 주인공은 송동과 쉬빙, 양푸동으로 참여 작가 국적으로 중국이 가장 많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중국과 한국 관계가 얼어붙을수록 양국의 화합을 위해 예술 교류를 더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록 정치판에서 자국 이기주의 흐름이 강하더라도 예술 쪽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공공성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남준아트센터가 1억원이 넘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기획한 이 전시는 7월 초까지 장장 4개월간 펼쳐진다. 8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작가 17명의 대표로 중국 작가 송동이 참석했다. 그는 이 전시에서 신작 '시작 끝'을 처음 발표하기도 했으며 아티스트 토크까지 가질 예정이다.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도 중국 차세대 작가 7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절대성(Absoluteness)' 기획전을 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딩이'를 비롯해 천단양, 츠췬 등 4050 중국 추상회화 작가 7명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전시다. 성지은 더페이지갤러리 대표는 8일
[이향휘 기자 /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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