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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일까.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화자의 쉴새없는 '중얼거림'에 매료돼 버린다. 극적인 사건은 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저어가는 기나긴 문장들이, 그 안의 별 것 아닌 생각들이 독자의 마음을 콱, 움켜잡는다.
정영문 소설가의 신작 소설집 '오리무중에 이르다'(문학동네)가 출간됐다. '목신의 어떤 오후'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것으로, 작가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중단편소설 4편을 모았다.
그간의 작품들이 그러했듯, 작가의 소설 속 화자('나')는 정말 끊임없이 중얼대고, 또 중얼댄다. 일상의 진부함에 대한 반발, 그 지긋지긋함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나는 개의 귀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지긋지긋한 것들을, 지긋지긋한 모든 것들을, 말하자면 삶의 모든 것 속에 있는 지긋지긋함을, 삶의 모든 것을 너무나 압도해, 이제는 삶에서 그것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그것 역시 지긋지긋함의 일부라고 해도 좋을 지긋지긋함을, 이 삶이 끝나기까지는 이어질 이 삶 속의 어떤 지긋지긋함 자체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개위 귀' 부분)
작품 구석구석, 작가의 자기반영적 색채가 한층 강해진 인상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장황하게 기술되는 문장마다, 작가의 자의식이 일기처럼 스며 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것 같은 이들의 작품만을 번역하겠다고 읊조릴 때('유형지 X'에서)나, 제 낭독회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기를 내심 바랄 때('개의 귀')의 모습 등이 그러하고, 작가 스스로도 이처럼 털어놓길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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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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