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K팝 / ⑦ 카카오 ◆
◆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 K팝을 지배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은 플랫폼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플랫폼을 지배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원칙은 콘텐츠 사업에도 여지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SM, JYP, 빅히트 등 엔터테인먼트 3강은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YG는 포털 공룡 네이버의 음원 유통 사업을 대행하며 해외 판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와는 'YG전자'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를 제작하며 공조하고 있다. 또, 빅히트는 tvN, 엠넷 등 다수 TV 채널을 보유한 CJ ENM과 손잡고 곧 합작 회사를 탄생시킨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앞다퉈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플랫폼사인 카카오는 거꾸로 생각했다. "우리가 매니지먼트를 하면 되겠네!" 콘텐츠 기업이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보다 그 반대가 더 수월하다는 판단이다. 카카오는 국내 1위 메신저 카카오톡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지 브런치 같은 차세대 콘텐츠 플랫폼도 보유 중이다. 로엔을 인수함으로써 확보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연예인 입장에선 노출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회사인 셈이다. 소속 가수가 카카오 영상 자회사 크리스피스튜디오에서 만든 콘텐츠에 출연했다면 그 영상은 카카오의 여러 플랫폼에 노출되기가 쉽다. 아울러 그가 작가로 데뷔를 꿈꾸고 있다면,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다 적극 홍보할 수도 있다.
◆ 글로벌 아이돌의 탄생
카카오에 흡수합병된 카카오M에는 오랜 기간 글로벌 아이돌이 없었다. 현세대 솔로 가수 중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유가 있지만 해외 공략에는 다소 소홀했다. 웬만한 완성도를 갖춘 한국 걸그룹·보이그룹이라면, 글로벌 팬덤이 생기는 요즘 K팝 트렌드로 볼 때, 매니지먼트 전략상 허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는 기업 흡수합병 후 카카오톡, 멜론, 카카오페이지로 이어지는 플랫폼 라인업 구축과 매니지먼트사 간 교통 정리가 완료된 만큼 글로벌 아이돌 육성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아이유는 다음 달 '이 지금 10주년 투어 콘서트'에 돌입하는데 여기엔 홍콩·싱가포르·방콕·타이베이 등 4개국 4개 도시가 포함돼 있다.
지난 해 '팔레트 전국투어 콘서트'에도 홍콩을 포함한 바 있지만, 복수의 해외 도시가 순회 콘서트 개최지에 들어간 건 처음이다. 아이유는 최근 중국에서 진행한 모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수천 명의 현지팬을 끌어모으며 '한한령도 뚫은 아이유'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카카오 자회사 스타쉽에 소속된 몬스타엑스는 해외 투어 범위를 해마다 넓혀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미국 뉴욕, 스페인 마드리드를 포함한 20여 개 도시를 순회하며 약 1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페이브엔터테인먼트는 다음 달 새 걸그룹 페이브걸즈를 데뷔시키는데, 인스타그램 계정에 벌써 다수 해외 팬이 댓글을 남길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 오리지널 콘텐츠 쟁탈전
플랫폼 전쟁은 오리지널 콘텐츠 쟁탈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사의 핵심 경쟁력이 '다양한 콘텐츠 보유'에서 '독점 콘텐츠 확보'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넷플릭스는 자체 영화·드라마 제작에 80억달러(약 9조원)를 쏟아부었다. '범인은 바로 너!'에는 엑소 세훈을, 'YG전자'에는 빅뱅 승리를 출연시켜 K팝 팬들의 결제를 유도했다. 유튜브 역시 '방탄소년단:번 더 스테이지' '권지용 액트 Ⅲ: 모태'를 단독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결국 K팝 매니지먼트와 결합한 카카오의 플랫폼 전략도 독점 콘텐츠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멜론은 어느 가수에게도 치우치지 않은 공정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M, JYP, 빅히트, SK텔레콤이 만든 신규 음원 앱에선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트와이스의 콘텐츠 일부가 단독 제공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타이달이 해당 모델을 이미 선보이고 있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에 뒤진 후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서 세계적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독점 제공하며 차별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가용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카카오M은 올해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지분을 인수하고 숲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해 이병헌, 고수, 최다니엘, 공유를 카카오 네트워크에 품었다. 크리스피스튜디오, 메가몬스터 등 영상 제작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유발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플랫폼 멜론 운영은 카카오에 남기는 한편, 음악 매니지먼트와 영상 제작을 전담하는 카카오M을 연내 분사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여태 엔터 기업이 돈을 벌려면 방송국 플랫폼이 가장 강했는데, 지금 카카오 전략은 연예인을 웹 콘텐츠와 묶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