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드라마 시장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용솟음으로 요약된다. 연간 매출은 37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가파르게 성장했고, 특히 국외 매출이 64%나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을 넘어 코스닥시장 8위에 달한다. 2016년 설립된 회사가 겨우 3년 만에 한국 드라마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이 회사 드라마 목록을 들으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항일 의병 이야기를 다룬 대작 '미스터 션샤인', 최고시청률 45%를 기록한 '황금빛 내인생'을 비롯해 '나의 아저씨' '김 비서가 왜그럴까' '마더' '백일의 낭군님' 등 지난해 최고 히트작들이 모두 이 회사 작품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박호식 스튜디오드래곤 프로듀서(47)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20여 개 드라마 제작사와 협업하고 있어요."
1개 제작사에서 나올 수 없는 수많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비결로 그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꼽았다. 스튜디오는 방송국과 제작사 사이에 위치하며 작품 제작과 기획을 담당한다. 협업을 통해 탄생한 드라마는 스튜디오드래곤이 방송국과 OTT(유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에 공급한다.
박 프로듀서는 스튜디오 체계의 장점으로 '텐트폴 효과'를 꼽았다. "군소 제작사가 저예산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국과 개별 협상을 한다면 그 작품은 세상에 나오지 못 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는 김은숙 작가 '도깨비' 같은 '텐트폴 작품(대작)'도 가지고 있잖아요. 작은 드라마를 팔 때도 이런 대작들을 통해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거죠."
프로듀서로서 그는 기획·제작에 참여하며 포트폴리오 수질을 관리한다. 작품에 집중하는 연출 감독보다 큰 그림을 보는 역할이다. 차기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서 '재미' 외에도 회사 현 방영작 구성, 그리고 드라마 시장 내 작품 분포 등을 고려한다. "작가가 재미있는 시놉시스를 가져와도 제가 고개를 저을 때가 있어요. '그거 저쪽 방송국에서도 하는데'라고 말하면서요. 대사가 뛰어난 작품이라도 소재에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 거죠." 이 밖에 전체 예산과 스케줄을고려해서 제작 규모와 세부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차별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만 깐깐하게 선택해온 그는 가히 한국 드라마계 '미다스의 손'이라고 할 만하다. 그가 손을 댄 작품은 메디컬 범죄 수사극 '신의 퀴즈'부터 범죄물 '나쁜 녀석들', 로맨틱 코미디 '로맨스가 필요해', 사기극 '38사기동대'까지 장르도 출연진도 천차만별이다.
담당 작품 중 현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했던 걸 꼽아 달라는 요청에 그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었다. 기이한 사건에 휩싸인 주인공들이 스페인 그라나다의 현실 세계와 증강현실(AR) 게임 세계를 넘나들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판타지 작품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미국 넷플릭스에도 공급됐으며, 가입자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드라마에서 프로듀서는 시청자가 작품을 고를 때 배우와 감독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는 팀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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