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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림 작가 |
그가 기억 속 제주도 풍경을 다채롭게 풀어놓은 '멀리에서' 연작을 서울 학고재청담 개인전에 발표했다. 봄날 유채꽃, 오묘한 바다, 서서히 물드는 단풍,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결, 짙은 숲의 향기 등을 무수한 색점으로 찍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색채를 점묘법으로 표현한 프랑스 인상파 영향을 받았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보석 장신구 없이 옻칠 회화에만 집중한 까닭은 색채에 자신감이 붙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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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들은 붓 15개를 한꺼번에 손가락에 끼고 수일간 점만 찍는 엄청난 노동력의 산물이다. 옻칠을 30~40회 겹겹이 쌓아 올린 덕분에 화면에 안개가 낀 듯 몽환적이고 서정적이다. 작가는 앞으로도 한국의 각 지방 특색을 옻칠로 담아내는 프로젝트 '아리랑 칸타빌레'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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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림 `멀리에서`. [사진 = 학고재청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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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림 `멀리에서`. [사진 = 학고재청담] |
그는 "나이들면서 한국 장신구가 아름답고 애국심이 생겨 2000년 역사를 지닌 옻칠을 공부했다. 우리나라 옻칠 자개 문화는 세계가 인정한다. 70세에는 옻칠박물관을 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회화 배경 없이 보석만 분리한 작품도 선보였다. 자개와 진주를 정교하게 세팅한 설치작 '비 온 후에'가 전시장에 걸려 있다. 흰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연필 드로잉을 연상시킨다. '과수원 하늘'은 넝쿨 같은 황동 가지에 자개와 진주를 장식한 작품. 과수원 나무 가지들을 구조물로 구현하기 위해 옻칠을 과감히 생략했다.
기존 대표작인 보석 회화 작품도 전시장에 걸려 있다. 그의 작업실에 있는 작은 옥상 정원과 새가 날아든 풍경을 '하늘 그리고 비밀정원' 4점으로 형상화했다.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작가는 미국 보스턴 박물관에서 티아라(작은 왕관) 전시에 반한 후 주얼리 디자이너가 됐다. 한국 전통 공예 기법을 접목시킨 후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자연과 세공이 어우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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