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흥미로운 경쟁이 펼쳐진다. `왜건의 무덤`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국내 대표 중형차인 쏘나타가 왜건형으로도 출시돼 기존 세단형 쏘나타와 한판 승부를 벌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초 울산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프로젝트명 `VF`를 유럽에서는 상반기, 국내에서는 하반기에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VF는 현대차가 처음 내놓는 유럽 전략형 중형차이자 국내 중형차급에서는 첫선을 보이는 왜건형 모델이다. 기존 쏘나타 플랫폼에 유럽에는 유로5 기준에 맞는 1.7ℓ와 2.0ℓ 디젤엔진을, 국내에는 쏘나타와 동급인 가솔린엔진을 얹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이 모델로 △K5에 뺏긴 국내 쏘나타 지위를 되찾고 △왜건 불모지에 왜건 붐을 일으키고 △유럽 중형차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세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꾀할 전망이다.
1977년 포니 왜건이 처음 등장했고 1995년에는 아반떼 투어링, 1996년 프라이드 왜건, 1997년 누비라 스패건 등 왜건형 차들이 간간이 출시됐지만 그 명맥이 끊긴 지 오래다. 2007년 GM대우가 라세티 왜건을 출시했지만 2년 만에 단종되기도 했다.
지붕을 트렁크 끝까지 연결해 세단의 차체 뒤쪽에 공간을 만들어서 트렁크 활용도를 높인 왜건은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실용성 덕분에 인기리에 팔리고 있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짐차` 이미지 때문에 외면받아왔다.
현대차가 이런 모델을 국내에도 출시하려는 이유는 기존 쏘나타의 과감한 디자인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쏘나타를 외면했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실제 플랫폼은 쏘나타의 것을 공유하지만 전면부에서 과감한 곤충모양 그릴을 들어내고 헥사고날(6각형) 모양을 차용해 쏘나타와 다른 인상을 풍길 것으로 추정된다. 트렁크 구분 없이 지붕 라인이 엉덩이까지 완만하게 굴
올해 유럽시장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7위로 올라선 현대ㆍ기아차는 내년부터 이 모델로 중형세단시장에도 본격 진출해 저변 확대에 나선다.
이제까지 i10과 클릭, i30 등 중ㆍ소형차가 주력 모델이었다면 폭스바겐 파사트, 포드 몬데오 등과 경쟁할 중형체급 선수를 처음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