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 총 지휘 감독을 맡았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의 주제곡 '프론티어'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음악 감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지만 처음부터 음악가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그는 일본의 니혼 의과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이다.
20대 중반, 마취과 의사이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병원에 사표를 던지고 단돈 5만엔(약 50만원)을 들고 집을 나왔다.
양 감독은 "아버지도, 형제들도 모두 의사였기 때문에 가족들은 내가 의사로 남아있길 원했다"면서 "겨우 월세방을 얻고 땀 흘려 아르바이트를 하는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불안함보다는 오히려 '이제부터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막 집을 나와서 거의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백 밴드의 '대타'키보드 연주, 노래방 반주, CF악보 연주 등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백 밴드의 2진으로 활동하던 그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부터 단 한 번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솔로 2집 앨범인'Into The Light'를 녹음한 것은 결국 꿈을 향한 의지 덕분이었다.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비틀즈의 작업실로 잘 알려진 곳이다.
양 감독은 그 때를 떠올리며 "당시 내가 하고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극복하겠다는 아주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는 "꿈꾸는 것과 동시에 한 발자국 떨어져 자신의 능력을 바라볼 수 있는 '객관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프로가 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음대 출신도 아니고 당시 가진 경력이라곤 학창시절 밴드경력 뿐이었던 그는 현실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실력이었다.
그는 백 밴드의 키보드 '대타'를 뛰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연주자로서 경험을 쌓아갔다. 덕분에 일본 가수 '하마다 쇼고'의 콘서트 투어에서 함께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홍콩에서 '성룡' 영화의 OST작업을 맡기도 했다. 처음 병원에 사표를 냈을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꾸준히 해온 결과였다.
◆흔들리는 시기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의 인생에 두 번째 선택이 찾아왔다. 30대에 들어서서 그는 히트곡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듯한 대중음악 작곡에 강한 회의를 느꼈다. '어떤 음악을 해야 하나' 고민과 선택의 순간이 다시 한 번 그를 찾았다.
양 감독은 "특정한 순간, 일정한 시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분명 빠른 판단은 중요하다"면서 "단지 무엇을 해야 할 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것에 온 힘을 다해 몰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 끝에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로 결정하고 3년 동안의 준비 끝에 첫 솔로 앨범인 'The Gate Of Dreams'를 발표했다.
그는 "한 번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이면 깊이 몰입하고 그 일에 대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물고 늘어지는 편"이라며 "100만큼의 시간이 있다면 이 시간동안 120을 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꿈을 향한 시도는 끊이지 않아야 한다
현재 양 감독은 중국 온라인 게임 OST를 비롯해 내년 1월에 개봉할 일본 영화 '어게인(again)'의 음악 작업 등으로 전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3년째 '여우락 페스티벌'에서의 예술감독 활동도 이어간다. 의대생들로 이루어진 '스마일 오케스트라'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협연을 갖는 등의 사회적인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꿈을 갖고 달려가는 시도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
양 감독은 "그 길을 향해 많은 노력을 한다면 결국 원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여제현 인턴기자 / 사진 =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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