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에 꼭 맞는 크기의 흰 색 병목걸이. 소주회사에서 판촉용으로 만든 플라스틱 덮개인가 했는데 롯데주류에서 만든 소주 처음처럼에 끼우니 왠 목소리가 나온다. 첫잔을 따르니 ‘원 샷’, 맨마지막 잔에는 ‘한 병 더’를 외친다. 뿐만 아니라 LED 불빛도 나오고 게임도 된다. 심지어 컨텐츠를 바꿀 수 있는 앱도 있다. 이 제품의 이름은 음주를 즐겁게 하기 위한 스마트기기 ‘따르링’.
따르링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요즘 흔히 말하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 마케팅 도구다. 무인기 드론에 많이 쓰이는 자이로센서와 가속도 센서가 안쪽에 붙어있다. 이 센서들이 술병의 기울기를 예측해 첫잔을 따랐을 때와 마지막잔 따를 때 다른 말이 나오게 고안해낸 것이다. 모델도 다양하다. 야구 모자 모양의 따르링을 끼우면 좋아하는 야구 선수의 응원가가 나오고 텐트 모양이 그려져 있는 따르링을 끼우면 엠티가서 술마시며 즐길만한 멘트들이 나오는 식이다. 배터리 충전방식이라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소주 살 때 하나 껴준다면 당연히 다른 제품을 안사고 이 제품을 사겠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심지어 따르링을 시연한 현장에서는 ‘하나 사고 싶은데 안 파냐’‘샘플로 하나 달라’는 요청도 쏟아졌다. 대박 예감이다.
30일 롯데계열 광고회사 대홍기획이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이노베이티브&크리에이티브 쇼’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홍기획은 이날 고객사의 마케팅 담당자 350여명과 디지털 테크놀로지 회사 13개사를 초청해 디지털 마케팅 아이디어 시연회를 열었다. IoT를 이용한 따르링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오큘러스 디바이스를 이용한 롯데월드몰 가상 투어, 근접 센서를 이용한 유니클로 옷장, 터치 패널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편의점 냉장고 등 당장 쓸 수 있는 디지털 기술 응용한 마케팅 기법을 실제로 시현해주는 행사였다.
광고회사 대홍기획은 기술은 없지만 마케팅은 안다. 반면 IT회사들은 기술은 있지만 마케팅을 모른다. 양쪽이 만나서 대홍기획의 기존 광고주들에게 이런 기술이 마케팅에 접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IoT니 가상현실이니 하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우리 회사의 마케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던 광고주들도 대만족이었다. 기존에 200명만 초대하려고 했던 행사는 점점 커져서 350여명이 방문객이 들이닥쳤다. 심지어 대홍기획의 고객사가 아닌 일반 기업들과 학생, 교수들까지 한번 가볼 수 없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대홍기획은 이날 광고회사 최초로 개발자포럼을 열었다. 형식만 놓고 보면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IT회사들이 여는 개발자포럼과 똑같았다. 최근 디지털 광고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기술이 부족한 대형광고회사들은 도태되거나 기술력 있는 회사들을 M&A하면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대홍기획은 기술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고객과 시장참여자들을 모두 불러모아 개발
행사를 총괄 기획한 박선미 대홍기획 상무는 “마케팅 담당자들 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CEO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올해 대학원생 창업자들도 참여했지만 향후에는 범위를 더 늘려나가면서 대홍기획이 허브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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