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모처럼 장보기에 나섰던 가정주부 이문옥씨(53)는 껑충 뛰어오른 채소 값에 입이 쩍 벌어졌다. 지난달 16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대파 한 봉값이 3200원으로 두배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항상 구매하던 제품을 내려놓고 990원짜리 소포장 상품을 집어들었다. 이문옥 씨는 “한달 새 가격이 두배 가까이 가격이 오르자 심리적인 부담감이 커져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며 “그램(g)당 가격으로 따져보면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차라리 당장 먹을 양만 적게 사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42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 하자 소비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22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달 들어 가뭄 영향으로 파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양파 도매값은 76%, 배추는 67%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과일·채소 가격을 견디지 못한 소비자들은 우선 ‘소포장’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감자 두 알, 양파 세 알 등 1~2회 먹을 분량만 소포장을 한 제품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소포장 과일이 전년 동기 대비 19.8%늘었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우려로 주요 백화점·마트가 역신장 한 것과 비하면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다. 전체 과일 신장률이 5.7%인 것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현대백화점 측은 “과거에는 2kg단위로 팔던 참외의 경우 2개 단위로 나눴고 토마토 역시 2개만 나눠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서는 ‘990원’ 균일가 소포장 채소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0.4% 늘었다. 양파 3알이 들어있는 ‘990 양파’의 판매는 69.2% 늘었고, 대파는 57.3%, 깐마늘은 52.5%가 각각 늘었다.
당초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소포장 채소·과일 코너를 운영하는 취지는 1인 가구나 당일 야외활동을 떠나는 나들이족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나할 것 없이 소포장을 찾는 덕에 일부 매장에서는 ‘990원 소포장’ 제품이 금새 동이 나기도 한다.
얼린 파,브로콜리, 망고 등 냉동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냉동채소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44%, 망고 등 냉동 열대 과일은 154% 각각 급증했다. 냉동 채소와 과일의 경우 올해 가뭄으로 인해 오른 물가가 반영되지 않았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미 반찬으로 가공된 조림 반찬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 등에 따르면 포장김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4%, 반찬류는 43% 판매가 늘었다.소비자들 사이에서 채소를 구매해 반찬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완제품형태로 판매되는 반찬을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에서도 김장김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7%, 절임·조림·볶음반찬 판매는 13%~25%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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