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우여곡절 끝에 17일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통과를 낙관할 수 없었던 이번 합병안은 출석 주식의 69.5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가결됐다. 엘리엇과 행보를 달리한 외국인 기관 투자가와 삼성의 설득에 감화받은 소액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한 것이 비교적 큰 표차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투표 앞두고 삼성 vs 엘리엇간 공방전 ‘치열’
삼성물산 이사회는 이날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 69.53%로 통과시켰다. 주주총회은 위임장을 포함해 1억3235만5800주(83.57%)가 출석해 성립됐으며 이 중 9202만3660주가 합병에 찬성했다.
투표 진행 전만 해도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 측과 합병에 찬성하는 주주들간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다. 엘리엇의 법률대리인인 넥서스의 최영익 대표 변호사는 “엘리엇은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이뤄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확고하게 지지하지만 모든 주주들에게 공정하고 적절한 기대 수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며 “엘리엇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주주들에게 공정한 거래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반면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개회 발언을 통해 ”건설과 상사 모두 수익성이 정체되고 있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정했다”며 “합병은 건설 상사부분의 매출상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것으로 제일모직의 패션·식음사업에도 진출해 2020년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혀 합병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소액주주들 간에도 합병 찬성·반대 엇갈려
소액주주들도 발언 기회를 얻어 각자 의견을 피력했다. 한 소액주주는 ”제일모직이 상장할 당시 공모가가 5만3000원이던 반면 그날 삼성물산의 종가는 6만2000원으로 1.2배 수준”이라며 1대 0.35의 합병비율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소액주주들은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몇몇 소액주주들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책정돼 불만은 있지만 국익을 위해 찬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엘리엇 의결권 대리인 중 한명인 장대근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이 건강상 문제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위임장을 몇 월 며칠 어떤 방식으로 제출했는지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최 사장은 “이 회장은 과거부터 의결권 행사를 포괄적으로 위임했다”고 답변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투표 결과 합병 찬성 예상보다 높아
약 2시간에 걸친 의사진행 발언 이후 진행된 합병 결의안 투표에서는 찬성이 출석 주식의 69.53%를 기록해 합병안이 가결됐다. 당초 박빙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양사 합병을 찬성한 주주들이 더 많았다.
여기에는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였던 외국인 기관 투자가들 일부가 합병에 찬성하고 소액주주들도 합병을 지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장기 투자 성향을 가진 인덱스 펀드 투자자들이 삼성 편에 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 지분 3.12%를 보유한 블랙록은 이미 양사 합병 후 주주 우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돼 합병 찬성 쪽으로 파악됐다.
주주총회 토론에서는 다수 소액주주들이 삼성물산에 그동안 주가 관리와 주주 대우에
최치훈 사장은 주주총회가 끝난 뒤 합병안에 찬성해준 주주들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 합병안에 반대한 주주들도 앞으로 더 잘해야되겠다는 점을 느끼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전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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