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대만 진먼섬(金門島) 초대형 에버리치 면세점은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부분 중국 샤먼에서 페리를 타고 30분 만에 온 ‘당일치기 쇼핑객’들이다. 왕복 교통비는 300위안(약 5만5000원). 쇼핑 면세 금액을 생각하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유커들이 즐겨 찾는다.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중국인 리자웨 씨(27)는 “중국 본토에서 화장품을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올들어 두 번째 이 면세점을 찾는다”며 “고가 화장품과 마스크팩을 잔뜩 구입했다”며 흡족해 했다.
차이 페니 에버리치 면세점 판매총괄 이사는 “주말이면 유커 단체 관광객들이 쇄도한다”며 “중국 샤먼에서 배를 타고 30분, 중국 천주에서는 배를 타고 70분만에 올 수 있는 거리라서 면세 쇼핑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먼섬은 중국 샤먼에서 불과 2km 떨어진 대만 섬이다. 비행기로 1시간 걸리는 대만 본토보다 중국에 더 가까워 양안 영토 분쟁 중심에 놓인 곳이기도 하다. 1958년 중국은 44일동안 포탄 47만발을 이 섬에 발사했을 정도로 국공전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한 때 대만 군인 10만명이 주둔했을 정도로 치열한 전쟁터였다.
그러나 양안 관계가 회복되면서 이 섬은 유커 쇼핑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지난 2001년 대만 정부가 중국인 관광을 단계적으로 허용한 지 15년이 흐른 지금은 유커를 유치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됐다. 지난해 이 섬을 찾은 관광객 80%가 중국인으로 면세 쇼핑에 2000억원을 쓰고 갔다. 중국의 포격을 피하기 위해 섬 곳곳에 파놓은 땅굴은 이제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됐다.
200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5월 오픈한 에버리치 면세점 연면적은 3만815㎡. 국내 최대 규모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약 2만6000㎡)보다 크다. 진먼섬 자치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50년간 부지를 헐값에 장기임대해주는 조건으로 대만 에버리치 면세점을 유치했다. 대만 정부는 최근 공항면세점 사업기간을 18년으로 연장해 중국 관광객 유치에 두 팔을 걷었다.
이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행정 지원과 기업의 통 큰 투자에 힘입어 유커들의 진먼섬 방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116만명에서 지난해 131만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이미 지난 9월까지 109만명이 다녀갔다. 진먼섬 거주 인구가 7만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거주인구를 20배가까이 훌쩍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의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차이 이사는 “양안관계가 호전되면서 중국 방문객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은 중국인들에 대한 대만 입국 심사가 엄격한 편이지만 완화될 경우 고객수는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면세점은 특별한 마케팅 전략으로 중국과 대만의 심리적 거리도 좁히고 있다. 단순히 상품 만을 파는게 아니라 대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면세점 인테리어를 꾸몄다. 매장 3층에서 에버리치 호텔 갤러리로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었다. 갤러리에서는 1년 내내 대만 전통 공예품과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에버리치가 제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하는 보석 브랜드인 ‘에버리치 쥬얼리’는 대만의 특산품인 호박과 산호를 이용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차이 이사는 “향후 지역 특산품 매장을 강화하고 문화 공간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지역 문화와 융합한 매력적인 쇼핑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리치 면세점도 중국 하이난섬 CDF몰처럼 내국인들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다오 면세점(내국인 면세점)’이다.
내국인은 1회 방문시 6000타이완달러(약 21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고 1년에 총 12번까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진먼섬 (대만)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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