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는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불합리한 정부 인증제도에 대대적인 메스가 가해졌다.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증을 받아야 하는 영세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인증 제도가 중복되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에 허리가 휠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현존하는 113개 인증제도를 집중 정비하는 한편 앞으로도 새로운 인증제도가 늘어나지 않도록 깐깐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원래 인증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정해진 기준에 적합하다는 점을 증명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좋은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정부 부처별로 인증제도를 남발하는 바람에 중소기업 비용 부담이 늘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또 인증제도가 기업들의 시장 진출 진입장벽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정부 부처들이 만든 인증 수는 2006년 114개에서 현재 203개로 1.8배나 늘었고, 기업당 보유 인증 숫자도 같은기간 평균 3.2개에서 10개로 3.1배나 급증했다. 특히 중소기업 인증 비용이 같은기간 평균 13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2.3배나 증가해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인증비용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이에 정부는 민관합동 인증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부 부처들이 운영중인 203개 인증 모두에 대해 존치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그 결과 국제기준에 맞지 않거나 또는 유사·중복으로 인해 중소기업 비용부담 높이는 36개 규제를 올해 안에 없애고 77개는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작년에 폐지 결정된 36개를 포함해 내년말이면 정부 인증 수가 2007년 수준인 131개로 줄어들게된다.
정부가 없애기로 한 인증에는 기업 입장에서 ‘속터질’ 규정들이 많았다.
같은 제조사에서 똑같은 재질로 만드는 화장지인데도 50m를 만들때와 70m를 만들때 길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각각 환경표지 인증을 따로 받아야했던 게 대표적이다. 또 돼지고기가 주원료인 돈가스에 치즈와 고구마 등 다른 재료를 넣어 고기함량이 50%가 안될 때는 축산물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에 더해 식품HACCP까지 추가로 취득해야만 했다. 의료기기 품목등록의 경우 해외에서는 신고만 하는 의료기기를 국내에서는 굳이 인증을 받도록 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도 있었다.
정부는 기업들을 옥죄는 이런 인증 규제를 개선할 경우 23만개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기업이 해마다 5420억원의 인증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인증에 들이는 시간을 단축해 제품을 조기 출시함으로써 해마다 863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계산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사전브리핑에서 “통상 인증 하나에 300만원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할 때 평균 10개를 받을 경우 비용이 3000만원이나 들어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며 “인증제 개선으로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가 대기업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대적인 개선으로 줄어든 인증 숫자가 앞으로 다시 늘어나지 않도록 인증규제 패러다임도 바꾸기로 했다.
우선 정부 부처가 새로 만드는 인증은 하나도 빠짐없이 규제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인증제 도입이 불가피한지, 국제기준과 부합하는지, 그리고 ·타인증과 차별이 있는지 엄격히 따지기로 했다. 또 개별 규제보다는 최종적으로 달성할 목표를 규제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인증제와 관련해 창문, 형광등, 단열재를 따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에너지 절감이라는 최종 목표를 규제하는 식이다. 이 밖에 기업이 제품·서비스를 내놓기 전 사전규제하는 방식에서 출시 이후 사후규제를 더욱 엄격하게 할 계획이다.
한편 중소기업들이 조달청에 납품하기위해 인증을 받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조달관련 제도 개선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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