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병원으로 손꼽히는 메이오클리닉의 혁신센터(Center For Innovation). 한국에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원격진료를 준비하는 곳이다. 혁신센터 임상실 10개중 한 곳에 들어가보니 2대의 컴퓨터와 카메라, TV가 설치돼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메이오클리닉은 로체스터시 본원의 의료진과 미국 각지에 위치한 계열병원 의료진 간의 협진을 통해 진단과 진료가 이뤄진다. 의사 1명이 진단을 내리기 전에 동료의사들과의 토론·자문을 통해 오진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환자 앞에 놓인 카메라는 360도 회전이 가능해 환자와 가족들이 통합진료에 참여한 의료진들과 번갈아 대화를 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한다.
미국에서 메이오클리닉의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는 굳이 미네소타의 시골 구석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 플로리다 계열병원을 방문하면 본원에 있는 의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원격의료 시스템 덕분에 메이오클리닉을 찾아간 환자는 자신이 만난 의사 1명이 아니라 이곳에 소속된 5만7000여명의 의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병을 고치는 셈이다.
‘환자 최우선(Patient comes first)’가치를 150년 넘게 유지해온 메이오클리닉이 스마트폰이 일반화한 트렌드 변화에 맞춰 사이버공간에서 환자 중심의 통합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바바라 슈피리어 행정원장은 “원격의료을 통해 세계 어느 병원의 환자와도 대화가 가능하며, IoT(사물인터넷)와 빅데이터을 활용하면 세계 각국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진료 및 치료, 질병예방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30분여 달리면 ‘슈터 헬스 팔로 알토 병원(Sutter Health Palo Alto Medical Foundation)’이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즐비한 실리콘밸리 중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가장 큰 병원중 하나이다. 그러나 지난18일 찾아간 팔로 알토 병원의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4층 규모의 병원 진료실에도 환자가 거의 보이질 않았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방문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 이외에는 찾아오질 않기 때문에 늘 한산하다고 귀뜸한다.
1930년 개원한 팔로 알토 의료재단은 산하에 20개 병원과 수백개 클리닉, 3000명의 의사가 파트너십을 맺고 1년에 약 100만명을 진료하고 100억달러(약 11조 5000억원, 2014년 기준)의 매출을 올린다.
병원에 환자가 없는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은 ‘환자중심의 원격의료’이다. 리즈 빌라도 팔로 알토 의료재단 대표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원격모니터링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료를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24시간 진료체계가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알리 샤파예 병원장은 “원격진료 덕분에 병원에 오기 전에 의사와 환자가 충분히 정보교환을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CT나 MRI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병원을 방문해도 사전에 필요검사가 정해지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크게 단축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원격의료가 빠르게 확산되는데 대해 단순히 땅이 넓어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특성 때문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미국 병원은 원격의료에서 ‘미래’를 찾고 있었다.
팔로 알토 병원의 원격의료를 총괄지휘하고 있는 알버트 챈 박사는 “원격진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환자는 인터넷에 능숙한 도심의 바쁜 직장인들”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 갈 시간 조차 없는 실리콘밸리의 바쁜 엔지니어들이 원격의료의 최대 수혜자라는 얘기다. 원격의료를 의료시스템이 부족한 오지의 환자를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기는 한국과는 천양지차의 현실이다. 그는 “진료 및 재진환자의 약처방, 질병예방 교육과 관리도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보험료 절감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오클랜드에 둥지를 틀고 있는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병원그룹도 원격의료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 병원은 재진환자의 45%가 온라인으로 약처방이 이뤄지고, 환자의 49%만이 의사 대면진료이다. 환자의 51%가 이메일과 전화로 상담진료를 받고 병원을 방문한다.
비영리의료기관인 카이저 퍼머넌트는 지난해 전자진료 2000만건, 의사방
[샌프란시스코·로체스터 =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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