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 : 매경DB] |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이사회를 앞두고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 부회장은 메일을 통해 “아마 저는 전생에 아주 힘들었거나 아니면 조상의 음덕이 커 이런 복을 누리나보다”라며 “사랑과 행복의 6년을 마지막 직장에서 보내고 또 그 정점에서 떠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여러분에게 진정 고맙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2010년 황야 같은 곳에서 혼자 망연자실하게 서있던 암담한 때가 생각난다”면서 “잘해보자는 저의 외침을 무심하게 외면해 참담함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 ‘투자를 늘려보자’는 저의 호소에 손을 내밀어줬고 그 고마움을 밑거름으로 남들이 불가능이라 했던 기적을 이루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아직도 기네스북에는 9개월만에 9만개의 기지국을 설치한 LG유플러스의 기록이 올라있고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200만명이 넘는 고객 순증도 이뤘다”며 “IPTV 역시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 셋톱과 서비스를 제공해 만성적자를 벗어났고, 기업부문도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 등으로 시장에서 유일하게 점유율이 크게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어쩌면 불모지였기 때문에 이런 기적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면서 “LG유플러스는 여러분의 눈물과 땀으로 지어졌고 살아있는 기업이 됐다. 이제 아무도 LG유플러스를 무시하지 못 한다. 자랑스럽고 살아있는 기업을 여러분과 함께 일구었다는 것이 너무 큰 행운이고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저는 LG유플러스를 떠나지만 여러분에게 LTE를 넘어 또 한 번 더 큰 도약이라는 숙제를 드리려 한다”며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 오는 CEO를 중심으로 새롭고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작은 힘을 보태겠다. 6년동안 여러분을 모시게 된 것은 제 최대 영광으로 이 행복을 안고 진정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뗀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KT 사장을 거쳐 2002년 김대중 정권 말기 정보통신부장관을 역임했던 대표적인 통신 전문가이다. 지난 2010년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이 합병하면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러브콜을 받아 LG에 입성한 이래 6년동안 LG유플러스를 이끌며 통신업계 대표 ‘장수 CEO’로 꼽혀왔다. 수십억대의 고액연봉으로 매년 이통사 ‘연봉킹’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LG유플러스 수장으로 있으면서 매출 약 28%, 가입자 25%를 늘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2011년 국내 최초로 LTE를 상용화하고 이듬해 LTE 전국망을 구축하는 등 통신 전문가다운 결단력으로 10%대에 머물던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의 20%대까지 끌어올렸고 가입자 역시 이 부회장 재임 시절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10년 2만원대이던 LG유플러스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역시 올 3분기 3만6294원대로 크게 늘었다. SK텔레콤의 ARPU는 6729원, KT는 3만6193원이다.
이 부회장을 향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신임 역시 평소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일 진행된 LG그룹 업적 보고회(컨센서스 미팅)에서도 업적 보고회를 하루 앞두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건이 터졌지만 LG그룹 계열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방한 실적으로 보고회 현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의 급격한 재편을 비롯해 고령의 CEO로 해마다 연임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던 점, 최근 구 회장이 변화를 강조해온 점 등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이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권영수 LG화학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이 부회장과 달리 권 사장은 통신업체 경험이 전무하지만 지난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LG의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로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등을 거치며 안정적 운영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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