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파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곳들도 전체 근로자 중 파견근로자 숫자가 3%를 넘지 않습니다. 500만명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20% 가까이 파견이라는 건데 그게 어떻게 나옵니까.”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파견법이 통과될 경우 파견 근로자가 최대 500만명이 늘어난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불가능’하다며 잘라 말했다. 정부의 노동개혁 5대 입법 중 파견법은 고소득 전문직, 55세 이상 고령자, 뿌리산업 업종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파견 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이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인구가 500만명에 달한다며 ‘파견 최대 500만명 증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정위원회 전문가그룹에서 검토했을 때 고령자의 경우 약 8000명, 고소득 전문직은 몇 백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뿌리 산업에서 4000~5000명 정도 늘어나 총 파견근로는 만 명 남짓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며 “현재 파견근로자가 19만명이니까 많아야 20만명 정도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선동전략을 위해 노동통계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통계를 추려내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합의도 가능해진다”며 “정치권이 자기가 유리한 통계치만 무기로 활용하려는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35세~54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예외적으로 현행 2년에서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간제법에 대한 야당 주장도 전문가들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현재 기간제 사용기간이 연장될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사라지고 현재 정규직 일자리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비정규직 2년 기한을 채운 근로자 중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한 자리 숫자도 채 되지 않는다”며 “기간 연장으로 이 전환율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그 숫자는 20만명 정도”라고 답했다. 여기에 기간 연장을 통해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이 늘어나는 효과를 감안하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을 ‘비정규직 양산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근로자들에게는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게 장기적으로 전환될 확률도 높아져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간제·파견 규제 완화가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의 민원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경제단체들은 현재 노동개혁 입법들이 대체로 고용유연성 효과는 적고 재정적 부담은 커진다는 입장”이라며 “경총이나 전경련의 민원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
조 교수는 “전문가들의 논의된 내용에 대해 정치권이 제대로 학습하고 이를 입법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며 “공익보다 당장의 선거를 생각해 먼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입법을 소홀히 하는 것은 노동개혁을 기대하는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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