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대로에 우주선처럼 서 있는 빌딩 ‘가락몰’은 바로 옆 낡은 도매권 건물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30일 부분 오픈하는 이 현대식 몰은 1985년 설립된 국내 첫 공영 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 변화의 신호탄이다. 노후화되고 혼잡해진 재래시장을 첨단 건물로 바꿔 ‘서울의 명소’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연면적 21만958㎡ 규모 가락몰은 청과·수산·축산·식자재 등 직판점포 1106개가 들어서게 될 ‘판매동’, 먹거리와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동’ 5개, 보육시설·도서관·컨벤션센터 등 각종 지원시설이 들어설 ‘업무동’ 등 7개 시설로 구성된다. 현재 회센터 ‘한영’(테마동 입주)과 주방용품 ‘한주주방’(판매동)이 시범 운영중이다. 임대차 계약을 완료한 수산과 축산 유통인 408명도 입주하기 시작해 내년 1월말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다.
가락시장에 ‘새 옷’을 입히고 있는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59)은 “회센터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며 기존의 지저분한 수산시장과 달리 깨끗해서 고객 만족도가 높다”며 “30일에는 판매동 1층(수산과 축산 직판시장)이 우선 개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락몰의 장점으로 저렴하고 신선한 농수산축산물과 편리한 교통(지하철 가락시장역 연결)을 꼽았다. 도·소매와 노점상, 식당 등이 혼재된 기존 가락시장은 너무 복잡해 일반 소비자의 접근이 어려웠다. “가락몰에서는 원스톱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요. 가장 저렴한 물류비용을 들여 가락시장에 온 농수산축산물을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가장 싼 가격에 살 수 있죠. 그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보고 쿠킹 클래스가 열리면 요리 실습도 할 수 있어요. 외국인들도 와보고 싶은 관광 명소로 만드는게 목표에요.”
6770억원을 투입하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지난 2009년 시작해 2018년까지 3단계로 진행된다. 가락몰은 그 첫 단추에 불과하다. 가락몰 부지 5만4000㎡는 전체 가락시장 부지 면적 53만1830㎡의 10%에 그친다.
박 사장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진 까닭은 가락몰 개장 차질 때문이다. 가락몰 지하1층에 배정된 청과 직판 상인 59%(업소 661곳 중 393곳)가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와 전동차 전용 램프(경사로)를 통한 물류 이동 시간 지연, 신선도 유지 문제, 도소매상에서 소매상 전락 등을 이유로 매주 화요일 입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지상에 위치한 청과직판 건물은 사방팔방 출입구 129개가 뚫려 있지만 통로가 비좁아 전동차 이동은 어렵다.
박 사장은 대화와 설득, 물류시설 보강으로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있다. 지난 22일 공개토론회를 열어 청과직판 상인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제3자 도소매인 등으로 구성한 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박 사장은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 입점을 찬성하는 상인들도 많고 영업이 잘 될 것 같다는 분위기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며 “한 사람씩 설득해 국격에 걸맞는 가락시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가락시장은 서울시민 먹거리 50%를 공급하며 연간 250만톤(하루 8200톤)이 거래되는 도소매시장이다. 박 사장은 시설 현대화에 발 맞춰 시장 거래 방식 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매제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시장도매인제(정가 수의계약 매매)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금 경매 방식에서 배추는 밤 11시에 경매를 시작해 7~8시간 시장에 머물러요. 신선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과 농촌진흥청장을 거쳐 지난 4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임기 3년)으로 부임한 그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전지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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