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급속도로 퍼지는 지카(Zika)바이러스로 가뜩이나 침체한 세계 경제에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현지시간)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서 처음 발견된 지카바이러스는 신생아의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작은 뇌와 머리를 갖고 태어나는 뇌 손상 증세인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지역이 지카바이러스로부터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중남미에서 이 바이러스가 보고된 나라 또는 지역은 20개를 넘었다.
특히, 브라질은 지난해 10월 이후 4000건 가까운 신생아 소두증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가장 많은 브라질에서는 150만건 이상이 보고됐으며 콜롬비아가 그다음이다. 또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멕시코, 파라과이, 푸에르토리코,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지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지카바이러스는 중남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동남아에서도 최근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남성이 지난주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이 바이러스가 동남아 일대에 이미 확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다보니 올해 치러질 리우 올림픽을 비롯해 중남미 전역에 관광산업 비상이 걸렸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행 경고 대상으로 포함한 국가 또는 지역으로 카리브해 인근과 남미 등 23개국을 정했다.
CDC는 임신부나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은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이미 브라질행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브라질의 여행·관광산업 규모는 2014년 기준 세계 9위다. 이 분야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이지만 절대적인 규모가 크다.
2014년 여행·관광 분야의 직간접적 일자리는 전체의 8.8%인 880만개에 이른다.
브라질은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데, 바이러스를 조기에 퇴치하지 못하면 올림픽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이 텅텅 비면 브라질은 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들 수 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올림픽 예산은 391억 헤알(약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브라질 정부는 1일 임신부들에게 올림픽 방문을 포기하라고 권고했다.
브라질 외에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같은 지역도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카리브해 국가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 몇몇 나라는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아이 갖는 것을 늦추라고 자국민에게 권고했다. 엘살바도르는 최대 2년간 임신을 연기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중남미에서 북상해 미국에 상륙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으로 바이러스가 번질 경우 파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미 동남아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된 것도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동남아는 중남미와 달리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외에도
동남아 신흥국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로 타격을 입었는데 지카바이러스로 관광 수입까지 줄어들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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