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부품사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시장 경쟁 격화로 올 1분기 저조한 실적을 냈다. 부품가격과 수요는 3분기부터나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어 이들에겐 2분기도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부품사들은 원가절감, 인력감축, 신제품개발, 고객사확보 등 가용수단을 모두 동원해 위기돌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5일 국내 부품사들의 올 1분기 실적을 점검한 결과 주요 기업 가운데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프리미엄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전자 반도체(Device Solution) 부문이 겨우 영업이익을 방어(전년대비 1.06%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반토막도 안되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스마트폰, PC, 태블릿, TV 등 완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데다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부품업계가 이같이 어려운 시장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은 많지 않다.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줄이고, 새 제품과 고객을 확보하는 정석(定石)만 있을 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세트와 달리 부품업계 다이내믹스는 단순한 편”이라며 “고객사가 원하는 질좋은 제품을 제때 싸게 내놓는게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귀띔했다.
원가절감이 최우선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어도 이익을 개선하는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만 해도 회로와 회로 선폭을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줄이면 같은 원재료(웨이퍼)에서 수량 기준 30% 넘는 칩을 더 뽑아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18나노미터 D램 양산에, SK하이닉스가 20나노 초반대 D램 양산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경쟁은 디스플레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실적 악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신공정을 무리하게 도입했기 때문”이라며 “부품업계 원가절감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고 말했다.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다. 눈에 띄는 기업은 ‘경영효율화’ 작업에 한창인 삼성SDI다. 삼성SDI는 올 1분기 저조한 실적(영업손실 7038억원)을 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비율이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다른 부품사들도 희망퇴직, 저성과자 역량강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거나 재배치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부품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부품사 최근 실적 등을 감안하면 현재 인력이 과다하다는게 중론”이라며 “국내 주요 부품사들은 모두 인위적·자연적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제품·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는 향후 데이터센터나 서버 중심으로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3차원 낸드플래시’ 기술개발과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차원 낸드플레시 기반의 15TB(테라바이트)짜리 차세대 저장장치(SSD)의 단품가격은 100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고가 프리미엄 부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력·고객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OLED를 탑재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계약을 따낸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애플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전자재료 사업을 배터리와 함께 주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삼성SDI도 애플로부터 OLED 재료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향한 구애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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