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해 오픈 예정이었던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이 부지를 사들인 후 3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대형 쇼핑센터를 짓기 전 단계에서부터 골목상권과 상생방안을 합의해야 한다는 ‘박원순표 경제민주화’ 방침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롯데 측은 서울시의 귀책사유로 사업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하고 서울시를 상대로 한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서울시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유통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2013년 4월 서울시로부터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내 3개 블록 2만 600㎡(약 6245평)를 1972억원에 사들였다. 롯데가 이 부지를 매입할 당시 서울시에서 제시한 이 지역의 권장용도는 판매시설이었고 지정용도 비율도 없었다. 상업시설로 자유롭게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었던 셈이다. DMC 내 다른 토지가 지정용도 비율 등으로 감정가격이나 조성원가에 팔린 데 비해 이 지역만 공개입찰을 통해 높은 가격에 팔린 이유다.
당시 롯데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서울 서북부 상권의 랜드마크가 될만한 복합쇼핑몰을 건설해 2015년에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이 토지는 여전히 아무 것도 없는 공허한 공터로 남아있다.
이처럼 상암 복합쇼핑몰 사업이 표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세운 ‘경제민주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경제민주화 특별시’를 선언하고 대형마트·복합쇼핑몰을 지으려는 사업자는 서울시의 건축허가를 받기 전에 골목상권과 상생방안을 합의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건물이 완공된 후 상생협의안을 만드는 현행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상생방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하도록 한 것이다.
롯데의 상암 복합쇼핑몰은 이같은 박원순표 경제민주화 정책의 첫번째 희생양이 됐다. 지역 골목상권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서울시에 건축심의조차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축심의 신청을 해보지도 못하고 그 전 단계에서 상생 문제로 인허가가 지연되는건 상암 롯데쇼핑몰이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롯데 측과 지역 상인대표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주관 상생협의회는 지난해 7월 이후 11차례 공식 회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핵심은 토지 사용용도다. 지역상인들과 재래시장 측은 롯데가 매입한 토지 3블록 중 1블록에는 판매시설을 배제해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판매시설 대신 공원 등 문화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쇼핑 측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처음에 지역상인들이 복합쇼핑몰에 대형마트는 입점시키지 말아달라고 요구해서 이 건은 손해를 감수하고 크게 양보했지만 토지의 3분의 1을 아예 판매시설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합의안이 없으면 인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 측은 이같은 서울시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매각 당시 이 부지를 판매시설용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했을 뿐 아니라 롯데 측은 매입 제안서에 3개 블록에 복합쇼핑몰을 세우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제출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 측은 서울시에 대한 토지 매매계약 해제를 위한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계약서에 서울시의 귀책사유로 건축이 불가능해진 경우 본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토지의 3분의 1에 판매시설을 짓지 못하면 사업을 해도 수익을 내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토지를 되판다 해도 가격이 반토막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며 “사업을 못하게 되면 기회비용을 모두 포함해 롯데 측의 손실이 수천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와 골목상인들간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사업이 지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롯데로서는 억울한 입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사안인만큼 적절한 타협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서울시에 행보에 유통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시설 용도로 비싸게 판 다음에 일부분은 판매시설로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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