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가 현재 1가마(80kg)에 18만원에 달하는 변동직불금의 목표가격을 오히려 인하해 쌀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목표가격이 벼농사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고 농지 임대료를 상승시켜 오히려 농민의 목줄을 죄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또 정부가 쌀 공급과잉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실시할 생산조정제에 역시 현재 형성돼 있는 높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유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국회예산정책처는 1년에 2번꼴로 발간하는 예산정책연구에 수록한 논문을 통해 현행 변동금 직불제 목표가격(18만8000원)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벼농사 가구는 두 종류의 직불금을 받고 있다. 하나는 1년에 1헥타르(ha) 당 100만원을 받는 고정직불금. 또 나머지 하나는 산지가격이 폭락할 경우 이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이다. 특히 변동직불금은 목표가격이 설정되어 있어 농가소득 최후의 ‘안전핀’ 으로 불린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같은 안전핀이 오히려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등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직불금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5년 이후 변동직불금은 산지가격의 18% 정도를 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부는 변동직불금 목표가격을 지난 2014년 17만083원에서 18만8000원으로 10% 가량 상승시키면서 소득 보전정도를 더 높였다.
문제는 높은 보전율로 인해 임대료가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재배면적 단위로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다보니 너도나도 경작지를 포기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2014년 사이 농지 임대료는 경작규모(5ha이상)별로 최소 20.1%에서 최대 44.6%가 상승했다.
이같은 불일치는 쌀 수요와 공급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가령 2006~2010년 사이 공급량은 378만톤이 늘어난 반면 수요량은 같은 기간 301톤이 감소했다. 직불금 제도 시행 초기에 너도나도 재배면적을 늘리려고 했던 탓이다. 이후에는 수요와 공급이 함께 줄어들기는 했지만 공급 감소가 두드러지지는 못했다. 결국 높은 변동직불금 목표가로 인해 보전된 소득 중 상당수가 임대료를 통해 농지소유자에게 귀속되었고 영세농 등은 오히려 높은 임대료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농가 평균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2000~2004년 쌀 농가의 평균소득은 781만원이었는데 반해 직불금이 도입되고 난 후인 2005~2014년의 농가당 평균소득은 666만원에 불과하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쌀 수급상황을 생각할 때 목표가격 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할 단계”라며 “가격결정구조를 보다 시장친화적으로 바뀌어야 높은 임대료 등 고비용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가격보다는 쌀 공급과잉에 초점을 맞춰 생산조정제를 내년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생산조정제란 논에서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논문에 따르면 현행 목표가격을 유지하면서 생산면적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약 8819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생산조정제는 현재 인위적으로 높인 쌀 가격을 공급량 감소를 통해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과거 2차례 적용실패 사례를 반추해보았을 때 이같은 고비용 정책보다는 목표가격을 낮추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목표가를 낮춰야 시장에 맞게 가격이 결정되면서 영농가구들이 단순히 정부의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여서 보다 전문화 대규모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물’이 아닌 ‘농가’ 단위로 직불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현행과 같이 쌀 등 작물가격 통제방식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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