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은 날씨에 따라 발전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배터리를 제조하는 LG화학, 삼성SDI가 ESS 시장을 주도해왔다. 최근 발전 기자재 업체인 두산중공업도 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에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은 지난해 20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약 12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또 네비컨트리서치는 ESS 업체별 경쟁력 평가에서 LG화학과 삼성SDI를 각각 1, 2위로 꼽았다. 중국 BYD, 한국 코캄, 일본 도시바는 3~5위로 선정했다.
ESS는 배터리, 전기저항 관리장치(BMS), 전력상태 제어장치(PCS), 전력운전 정보 수집·제어 관리장치(PMS)로 구성된다. 배터리에 저장한 전력을 BMS, PCS, PMS 등 배터리관리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는 배터리 경쟁력을 앞세워 ESS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두 회사는 2010년대 초 신재생에너지를 일찍부터 육성해온 유럽, 일본 발전업체들의 ESS사업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ESS사업 역량을 쌓았다.
이후 배터리관리시스템 역량까지 확보해 업계를 선도하는 ESS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북미 최대 발전사인 듀크에너지와 지난해 5월과 7월 각각 ESS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주택용 ESS 제품도 내놓고 있다. LG화학은 주택용 ESS 신제품 ‘뉴 RESU’를 출시하며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밀도는 27% 높이고 무게는 13% 줄였다. 또 배터리관리시스템 업데이트를 SD카드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은 지난 6월 말 독일에서 열린 태양광에너지 박람회 ‘인터솔라 2016’에서 ESS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삼성SDI는 한화큐셀, 샤프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와 ESS를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S 사업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부분 발전회사들과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이 업체들과 관계를 잘 형성해놔야 시장이 성장할 때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 회사 사업장에도 ESS를 설치해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익산공장과 배터리를 생산하는 오창공장에 각각 23메가와트(MWh), 7MWh급 ESS를 설치해 연간 13억원의 전력비용을 줄이고 있다. 두 공장에 설치된 용량을 합하면 2500가구(4인 기준)가 하루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삼성SDI는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와 ESS를 결합한 UES를 의왕사업장에 설치했다. UES가 실제 사업장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SDI가 개발한 UES는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같은 용량의 UPS와 ESS를 따로 설치할 때보다 투자비를 최대 30%까지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삼성SDI와 마찬가지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하기 위해 ESS 사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ESS는 전기차보다 낮은 기술수준의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SK이노베이션은 ESS 사업을 할 때도 배터리관리시스템은 회사 외부에서 공급받았다.
배터리 기술력 없이 ESS에 뛰어든 업체도 있다. 풍력발전 기자재 생산과 발전소 설치 사업을 하는 두산중공업도 ESS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난달 12일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즈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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