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하면서 국내 해운·항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은 앞으로 더 많은 해상 운송 비용을 부담해야한다.
31일 해운·항만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이 청산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산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날 윤학배 차관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이 향후 해운·항만 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잃는 것을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용선료를 받지 못한 선주사들로부터 선박을 회수당하고 선박금융 담보로 잡혀 있는 자체 선박도 처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운항할 선박이 없어 해운동맹에 약속한 선복(컨테이너를 실을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면 자연스레 퇴출된다. 업계는 세계 해운 시장에서 7위인 한진해운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네크워크를 다시 구축하는 데 몇십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영업을 중단하면 한국의 항만경쟁력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물동량을 외국 해운사가 가져가면 선박들이 국내 항구에 정박하지 않으면서 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진해운신항만은 지난해 매출의 50~60% 가량을 한진해운 관련 물량을 환적하면서 올렸다.
이에 해수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내 해운·항만 경쟁력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해수부는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노선의 조정이 진행되는 2~3개월 동안 부산항의 환적물량이 감소하고 대기 중인 물량의 처리 지연으로 일시적 터미널 혼잡이 우려된다”며 “선주협회·항만공사·해상노조연맹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응반을 운영해 운항이 중단된 한진해운 노선에 신속한 대체선박을 투입하고 억류된 선박의 선원의 신속한 송환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중장기적으로는 한진해운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다음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한진해운이 보유한 우량자산, 해외 네트워크, 우수 영업인력 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며 “향후 항만 인센티브 제공, 항만 시설 강화 등을 통해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노선의 운송 선박 감소는 운임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국내 화물주들의 운송료 부담은 연간 4407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업과 연관성이 있는 철강·조선업계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산업에서 해운업은 철광석·석탄 등 원재료를 들여오는 게 중요하다”며 “대부분 벌크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컨테이너선 영업 위주인 한진해운과는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진해운과 거래했던 철강업체들도 미리 운송업체를 바꾼 것
조선업계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현대상선이 쓰는 선박이 국내 조선사에서 만든 배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국내 조선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