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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의 한 신규 아울렛 매장을 둘러보던 리지안씨가 여행후기 작성을 위해 2층 꽃가게에 진열된 꽃들을 휴대폰에 담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지난 6일 오후 서울의 동대문쇼핑을 둘러 본 중국인 장지아(여·31)씨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장씨는 소위 잘 나가는 ‘왕홍’중 한명이다. 왕홍은 ‘왕뤄홍런(網絡紅人)’의 줄임말로 ‘인터넷 스타’, 즉 ‘파워 블로거’란 뜻이다. ‘빠링허우(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가 소비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이들은 ‘왕홍 경제’란 새 용어가 탄생했을 정도로 앞서가는 소비자라고 보면된다 . 리 씨가 여행 후기 등 콘텐츠를 올리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정보공유사이트인 ‘청요유’는 가입회원만 8000만 명, 일일 평균 조회수는 1200만 건에 달한다.
두 달에 한번 꼴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청요우’사이트에 소개하는 장씨는 이번 국경절 연휴에도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유커 관광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싼커(개별자유여행객·주로 젊은층)'들이 가볼 만한 서울시내 관광지 및 상점들을 답사하기 위해서다.
이날 기자와 함께 유커들의 쇼핑 1번지 동대문쇼핑몰을 방문한 장씨의 ‘쓴소리’는 ATM에서 부터 시작됐다. 한 쇼핑몰 지하에서 장씨는 쇼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중국인들의 ‘국민카드’로 통하는 유니온페이 카드로 현금을 뽑으려 했지만 ATM은 바로 카드를 뱉어냈다.
장씨는 “아직도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카드보다 현금을 더 즐겨 쓴다”며 “명동 등에선 현금인출이 가능하지만 명동만 벗어나면 아직도 중국카드로 현금을 뽑 수 없는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장씨는 쇼핑몰 지하에서 5000원짜리 떠먹는 피자로 간단히 점심을 떼웠다.
장씨는 “동대문은 두타(두산타워) 말고는 싼커(개별자유여행객·주로 젊은층)들 호응도가 별로 높지 않은 편”이라며 “중국에 다 있는 제품이고 두타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장씨에게 “남대문 시장에 한 번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지만 장씨는 고개를 저었다.
가봤자 중국사람들만 있어서 젊은 유커들은 피하기 일쑤고 판매제품 또한 중국에서 흔하디 흔한 ‘짝퉁’이 많다는 이유였다. 장씨는 최근 유커들에게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관악구 ‘샤로수길’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리 씨는 “그냥 한국 대학생·젊은이들이 데이트하는 곳 같다”며 “세련된 현대미가 느껴지지도, 그렇다고 전통적인 분위기가 나지도 않아서 추천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오히려 서울의 전통문화마을인 부암동, 성북동이 유커들 눈엔 ‘핫플레이스’라고 말했다. 그는 “성북동 가면 국화정원에서 간장게장을 먹고, 수연삼방(작가 이태준의 고택)에서 차를 마시고, 심우장(만해 한용운의 유택) 등을 차례로 둘러보면 한국을 제대로 봤다는 느낌이 들고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곳을 찾으려 해도 초행 유커들에겐 ‘깜깜이 여행’이나 다름 없다 것. 장씨는 “서울은 지하철과 조금만 떨어져 있는 곳만 가도 ‘국제미아’가 되기 딱 좋다”며 “하다 못해 ‘네이버지도’ 앱이 중국어로 번역만 되도 한결 나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샤로수길에서 택시를 잡아 이동한 곳은 강남의 아이콘 ‘신사동 가로수길’. 가로수길은 한국을 찾는 젊은 중국 여성들이 빼먹지 않고 들르는 곳 중 하나다. “한국의 감각적인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악세사리와 옷을 좋아하는데, 여러 디자니어들의 제품을 한 데 모아놓은 편집숍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장씨 설명이다.
장씨는 서울이 패션관광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제2·제3의 가로수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최근에 가보니 너무 텅 비어있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날 장씨는 2곳의 가로수길 디자이너 편집샵에서 반지 3개와 흰 블라우스 등 2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일부 매장들은 장씨가 ‘택스 리펀드(세금환급)’를 요구하자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장씨는 “일본은 대부분 가게에서 간단한 여권 스캔만으로 자동 면세를 해주는 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장씨는 이번 한국여행에서 4박5일동안 쇼핑에만 300만원 정도를 썼다. 화장품에만 50만원, 반지·목걸이 등 악세서리에 70만원, 기타 옷·가방 등에 나머지 돈을 썼다. 리 씨는 "옷은 매번 올 때마다 최소 10벌 정도 사고 있다"며 "나뿐만 아니라 또래 중국 여행객들도 한국에 오면 다 그정도는 쓰고 간다"고 말했다.
장씨는 '가족관광지의 부재'를 서울 관광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유커의 해외관광시장 경쟁지인 일본과 동남아는 온천과 바닷가 등 '딱 떠오르는' 가족휴양지가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가족 구성원간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주소비층인 빠링허우가 어느덧 부모가 돼 가족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적이다.
장씨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그냥 여자친구들끼리 쇼핑하다 가는 곳으로 인식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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