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한창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에 내우외환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해외 발주사들은 잊을만하면 인도 연기 요청을 해오고, 국내 조선소에서는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과 함께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미주지역 시추업체인 앳우드 오셔닉과 드릴십 2척의 인도시점을 1년 이상 이루는 것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과 앳우드는 이미 인도시점을 두 차례나 연기했다. 지금은 내년 9월과 2018년 6월에 각각 1척씩 인도하기로 한 상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인도 시점을 미뤄주는 대신 약 4700억원의 인도대금 중 1500억원을 올해 안에 받는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앳우드는 완성된 드릴십의 관리비용을 대우조선에 내고 있다. 대우조선은 앳우드가 가져갈 드릴십 2척 중 한 척은 이미 공사를 마쳤고, 나머지 한 척은 99% 완성했다.
삼성중공업은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가 발주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의 인도시점을 오는 2018년 1월에서 2020년 7월로 미루기로 했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발주사인 페트로나스가 인도시점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에 계약금액을 기존 1조5622억원에서 1조7037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고 삼성중공업은 설명했다.
계속되는 발주가뭄에 조선업체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국내 조선소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발하고, 협력업체들은 조선사들의 갑질을 호소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 협상을 하면서 60여차례 만났지만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 측은 전날 임금 평균 3만9000원 인상, 기본급 동결, 격려금 100%+150만원 등의 임금 협상안과 단체 협약 개정안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에 나선 뒤 회사가 처음으로 협상안을 제시했다”며 “조합원의 고용이 보장되지 않았고 노조가 요구한 임금 협상안에도 크게 못 미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다음날 전 조합원 부분파업을 한 뒤 전면파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이 노조에 언질도 주지 않고 회사를 6개로 분리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데 대한 반발이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노동자협의회의 집행부 선거로 지난 추석 이후 잠시 멈췄던 임금협상을 조만간 재개한다.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이 추가 자본확충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지난 18일 제출했다.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여파는 협력업체들도 덮친 것으로 드러났다. 우원식·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피해사례 발표 및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은 ▲공사를 먼저하고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행태 ▲설계 변경에 따라 추가 인력 고용을 압
한 조선사 협력업체 대표는 “조선사들의 갑질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조선업황이 나빠진 뒤 정도가 심해졌다”며 “간담회에서 드러난 대우조선의 갑질은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업계에 퍼져 있는 관행”이라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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