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히스패닉 근로자들은 종종 월마트나 한인마트에서 농심 ‘신라면’을 사서 귀가한다. 1달러(약 117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데다 매운 맛을 즐기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맵고 강한 한국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은 순한 한국 라면, 인도네시아는 매콤하고 짭조름한 한국 라면에 열광한다. 서민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라면이 세계 곳곳에서 보글보글 끓여지면서 올해 사상 최대 수출액을 돌파했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라면 수출액은 지난 10월 2억3300만달러(2726억원)를 기록해 이미 지난해 전체 수출액 2억1900만달러(2559억원)를 넘어섰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올해 수출액과 해외 법인 매출액을 합쳐 총 7억2000만달러(8413억원)를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5억 5000만달러(약 6427억원)보다 30%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력 제품인 신라면은 전세계 100여개국으로 수출되며, 농심의 단일 식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누적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부터 미국 월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시식 판촉 행사를 열고 히스패닉이 애용하는 온라인 쇼핑몰 할인 행사를 강화한 덕택을 톡톡히 봤다. 농심은 ‘태양을 따라 서쪽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중국 내륙시장을 공략하면서 지속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아울러 적극적인 전자상거래를 활용하면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
라면이 ‘수출 효자’로 등극한 배경에는 중독성 강한 매운 맛과 한류 열풍, 합리적인 가격을 비롯해 할랄 인증으로 수출 지역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기존에 맛볼 수 없던 한국의 강렬한 매운 맛에 열광하고 있다. 중화요리에서 사용하는 마라(麻辣)와 달리 한국 고추는 뱃속까지 뜨겁게 만드는 깊은 매운 맛이다. 최근 외국 젊은이들이 한국의 매운 라면을 먹고 쩔쩔 매는 동영상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동영상 제목은 ‘핫 치킨 라면 첼린지(hot chicken ramen challenge)’ 또는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 등으로 단순한 시식이 아니라 매운맛 체험이나 모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의 호기심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불티나게 팔리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SNS를 타고 매운 라면 돌풍이 분 덕분에 삼양식품은 올해 사상 최대 수출액 1100억원을 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출액 294억원보다 무려 4배 가까이 껑충 튀었다.
팔도 역시 매운 ‘팔도불짬뽕’이 해외에서 인기를 끈 덕분에 올해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6100만달러(713억원)를 기대하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현지 상황에 맞춘 적절한 판촉·홍보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며 “특히 타사보다 빠르게 진출한 미국시장에서 불짬뽕 브랜드 선점 효과를 누리면서 미국 수출액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20% 이상 늘어나 전체 수출액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라면 수출 급증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할랄 인증으로 수출 국가 폭을 늘렸다는 것이다. 농심은 2011년 할랄 인증을 받아 중동을 비롯한 전세계 무슬림을 공략했으며, 삼양식품은 2014년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드라마와 K팝 등 한류와 맞물려 호의적인 라면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전지현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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