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경기불황에다 청탁금지법에 따른 설 특수 감소 영향 등이 겹치면서 내수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반도체 경기가 좋아 전체적인 1월 생산활동은 '선방'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2% 줄어들며 3개월 연속으로 뒷걸음질쳤다. 생활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청탁금지법 실시에 따른 외식 소비 등이 줄면서 숙박·음식업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1월에 끼어 있는 해에는 소매판매가 전월비 증가하는 게 1월 효과가 나타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이후 맞은 첫 명절에는 한우, 굴비세트 등 고가 선물 세트 판매가 크게 줄고 저가 선물세트만 팔리며 명절 특수가 사라졌다. 이때문에 소매판매가 고전했다.
자동차 등 내구재와 화장품 같은 비내구재 소비가 저조했던 것도 소매판매가 위축된 원인이었다. 특히 승용차의 경우 작년 12월에 비해 올 1월 소비가 13.0%나 감소했다. 작년 11월에는 신차들이 잇따라 출시된데다 12월에는연말 판촉 할인행사가 소비를 증대시켰다. 하지만 지난 1월에는 이런 효과가 모두 사라졌다. 게다가 2월에 일부 수입 브랜드에서 신형 모델 출시가 예정돼 대기 수요가 발생했던 것도 승용차 판매 부진으로 나타났다.
◆ 숙박·음식업은 메르스 사태 이후 최대 감소
또 다른 내수 관련 지표인 숙박·음식업 생산은 두 해 전 메르스 사태 이래 가장 사정이 나빠졌다. 1월 숙박·음식점업은 전년 동월 대비 -6.4%로, 5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이 업종은 지난해 여름 휴가철에 생산이 증가한 이후로 감소로 전환돼 2015년 6월(-10.9%) 이후 가장 저조했다. 숙박·음식업뿐 아니라 예술·스포츠·여가 업종의 생산 역시 전년 동월 대비 -7.5% 쪼그라 들며 2개월째 축소됐다.
전체 가계의 소득 여건이 악화된 탓에 여윳돈이 없어 소비 지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걸 봐도 쓸 돈 자체가 넉넉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100 이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으로 향후에도 내수·소비가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 반도체 호황으로 전체 생산도 증가
그나마 생산이 살아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했고, 제조업 생산은 2.0% 늘었다. '수퍼 사이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전체 생산 증대를 이끌었다. 반도체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5.0%나 늘며 전체 생산 지수도 홀로 2.9%나 끌어올렸다. 반도체는 앞서 작년 11월, 12월에도 각각 17.9%, 14.5% 생산이 늘었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맞다보니 관련 투자가 증가하고, 재고는 감소했다. 전체적인 설비투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하는 등 작년 10월 이후 3개월 내리 10% 이상 늘고 있고, 이 가운데 반도체 장비 등이 포함된 특수산업용 기계에 대한 투자는 20.0%나 더 이뤄졌다. 업황이 좋아 재고 역시 작년 같은달보다 19.0% 줄며 작년 9월부터 시작된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4.3%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11~12월 내리막이었다가 반등에 성공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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