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그룹 총수 부재 사태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올해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6일 "정확한 채용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신입사원 공채 규모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채용인원이 예년수준이거나 그보다 못 미치는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신규 채용 확대는 미래 먹거리와 연관된 부분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소트트웨어 분야의 인력 채용을 크게 늘릴 예정이며, 신규 투자를 확대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채용 확대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2012년이후 정확한 채용규모를 발표하고 있진 않지만, 상반기에는 4000여명을 뽑고 하반기에는 1만명 가량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채용규모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할 때 1000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업황이 힘든 일부 삼성 계열사들이 채용규모를 예년수준 또는 소폭 줄이더라도, 삼성전자에서 대부분 흡수하면서 그룹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당초 상반기 채용계획을 크게 바꿔 대규모 확대로 방향을 잡은데에는 구속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 채용을 비롯한 미래 준비에 어떠한 차질도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수뇌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검찰수사를 장기간 받으면서 전반적인 경영활동이 대부분 중단됐었다. 지난해 연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인사, 신년 경영계획과 전략회의로 이어지는 일련의 경영 스케쥴이 올스톱되면서 투자계획과 채용규모를 잡지 못했다. 새로운 경영진이 세운 경영전략에 따라 투자와 채용계획도 세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검수사와 사상 초유의 그룹 총수 구속사태가 벌어지자 경영전략도 당분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가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신규 투자
하지만 삼성그룹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비상경영에 따른 여파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다는 우려가 커지자 다소 무리해서라도 조속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