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현대자동차가 상반기 대졸 공채 시험에서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극복 방안을 물었다. 기업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일 서울, 부산,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실시한 자체 인적성 검사인 'HMAT(Hyundai Motorgroup Aptitude Test)'에서 시대와 기업의 고민을 아우르는 질문을 던졌다. HMAT는 현대차그룹이 2013년부터 시행 중인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14개 계열사 입사 전형에 포함돼 있다. HMAT는 인성검사와 적성검사로 구성된다. 적성검사는 다시 언어이해, 논리판단, 자료해석, 정보추론, 공간지각 5개 영역으로 나눠진다. 현대차는 여기에 더해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역사에세이를 출제해 입사 지원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한다.
이날 현대차가 낸 문제는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자동차 업계가 역사적 차원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현대차는 제시문에서 고려의 개방적인 외교정책과 조선의 쇄국정책을 비교하면서 최근 상황에 던져주는 시사점을 물었다. 이어 현재 세계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설명한 후, 자동차 산업이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최대 1000자까지 서술하도록 요구했다.
HMAT에 이 같은 문제가 나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취업준비생들 고민의 깊이를 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자동차 산업을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영역으로 규정하고, 포드·GM·토요타와 같은 글로벌 차 업체들을 상대로 공장 미국 이전,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1월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46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5년 간 미국에 투자해온 금액(21억달러)보다 1.5배 늘어난 규모다. 지난 2월에는 9년 만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재가입을 신청하며 대미국 소통 채널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는 2013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역사에세이를 처음 추가한 이래 입사지원자들에게 시대와 기업의 고민에 대한 물음을 꾸준하게 던져왔다.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진입이 가시화하던 지난 해 상반기에는 '르네상스의 의의와 영향'에 대한 질문을 내놨고, IS(이슬람국가)가 활개를 쳤던 2014년 하반기에는 '제국과 세계화'에 대한 문제를 출제했다.
수험생들은 올해 상반기 역사에세이 난도가 특히 높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역사와 시사에 대해 묻던 기출 문제 수준을 넘어 자동차 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날 잠실고에서 HMAT에 응시한 신은정 씨(26·가명)는 "보통 산업에 대한 스터디는 면접 전형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준비하는데, 인적성 단계부터 나오기 시작하면 취준생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역사 에세이 문제는 이달 LG·CJ·삼성 순으로 이어질 대기업 인적성 검사를 취준생들이 준비하는 데 있어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가전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LG전자는 지난 달 미국 현지 세탁기 생산 공장 계획을 밝히는 등 한국 대기업들은 저마다 보호무역장벽 확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현대차 대졸 공채 역사 에세이와 유사한 문제가 최근 치러진 국가공인 경제·경영시험인 매경TEST에서도 출제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41회 매경TEST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안화 절상 압박이 수입업체,
[박창영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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