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저성장 탈출을 위해 '업종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뷰티 등 밀접 카테고리 제품뿐 아니라 생활용품, 가드닝 용품까지 취급하면서 이들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숍'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세정은 최근 자사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일부 매장을 생활·뷰티·여행용품 등 라이프스타일도 함께 선보이는 편집숍으로 바꾸고 있다. 여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협업해 기존 매장 내에 이들 제품을 파는 '올스 라이프 스타일(OL's Life Style)' 존을 구성한다. 여기에는 마스크팩·향수 등 코스메틱을 비롯해 여행용 잡화, 독일 시장점유율 1위 핸드케어 브랜드, 호주 프리미엄 디퓨저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들어선다. 세정은 이같은 운영 방식을 올해 약 20개 점포에서 테스트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경우 패션과 리빙·카페를 아우르는 '안테나숍'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안테나숍은 상품의 판매동향을 탐지하기 위해 본사에서 직영하는 점포를 말한다.
동광인터내셔날이 보유한 영캐주얼 브랜드 '숲(SOUP)’은 지난 5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숲 갤러리'를 새롭게 내놓았다. 자사 바깥의 가방·잡화·액세서리 브랜드와 손잡고 인천 송도 복합쇼핑몰 '트리플 스트리트'에 130평 규모 매장을 오픈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드닝' 콘셉트까지 본격적으로 매장에 가미한 점이 특색으로, 매장 전역에 식물류를 활용한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배치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도 올 초부터 자사 의류·잡화 브랜드 '더캐시미어'의 영역을 확장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목동점 매장에 기존 패션제품 외 주방·욕실용품을 비롯한 각종 생활소품을 대거 들여왔다. 이렇게 새로 들어온 300여종 상품에는 덴마크 욕실제품, 독일 키친웨어를 비롯 탁상시계·공기청정기까지 포함돼 생활용품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외에도 여러 브랜드가 기존 '업종간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 아이올리는 자사 패션브랜드 '플라스틱아일랜드'를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플라스틱아일랜드 스토리'로 확장해 현재 11개 매장을 운영중에 있다. 리빙·뷰티 등 라이프스타일과 가드닝 관련 아이템을 매장에 넣어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 역시 지난해부터 기존 매장 중 일부를 리뉴얼하면서 가드닝·주얼리 브랜드에 문구류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담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이같은 활동은 장기불황 아래서 고객을 매장에 어떻게든 오래 붙들어두기 위한 패션업계의 고육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카테고리 바깥의 제품이지만, 오프라인 패션매장을 주로 찾는 30~50대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함께 넣어 '원스톱 쇼핑'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유관 카테고리만 한데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구매의사를 최대한도로 끌어내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드 보복, 국내시장 포화 등으로 저성장 위기에 놓여 있는 뷰티업계에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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