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씨(23·여)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갈 때면 어김없이 편의점에 들러 초콜릿을 산다. 갑자기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며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박 모씨(30·남)는 숙취에 시달리다 잠에서 깬 후 식탁을 봤다. 역시나 간밤에 라면을 끓여먹은 흔적이 남아있다. 박씨는 "술을 마시고 난 뒤 갑자기 배가 고파지면서 얼큰한 국물이 땡겨 라면을 자주 끓여먹는다"고 말했다.
음주 후 속이 헛헛해져 폭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신 후엔 왜 배고픔을 느끼는 걸까.
조수현 중앙대학교 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6일 매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음주 후 속이 허해지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위(胃)에서는 그렐린이라고 불리는 공복 호르몬이 나오는데 음식을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해 음식을 더 이상 안 먹게 한다"며 "그런데 술을 마시면 오히려 그렐린 수치가 떨어져 배고프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또 "안주를 충분히 먹지 않았을 때 '일시적 저혈당'에 빠져 공복감을 심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술은 위와 장이 흡수하고 간이 해독하는데 간은 원래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환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일을 한다"면서 "술을 마시면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간 본연의 업무가 마비돼 일시적으로 저혈당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어 "간혹 당뇨 환자들 중 술이 저혈당을 유발한다는 말에 과음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면서 "저혈당은 안주를 거의 먹지 않았을 때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음주와 함께 과식을 한다면 비만을 비롯해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지난 2015년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도 소개했다. 젊은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지만 음주 후 음식을 먹고 싶은 심리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것.
해당 논문에 따르면 알코올은 냄새를 인지하게 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음식 냄새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돼 무언가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과음을 하지 않
[김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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