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4분기 조선 계열사들의 대규모 적자를 예상하며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자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조선업황 회복기조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억달러에 불과한 수주실적이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와 유상증자를 한지 1년여만에 또 다시 유상증자를 한다.
28일 조선·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올해 4분기 영업손실을 전망한 가장 큰 이유는 후판 가격과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미리 충당금을 쌓은 데 있다. 삼성중공업은 일감이 떨어져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게 손실의 주된 원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컨퍼런스콜에서 강재와 원화가치 상승으로 올해 수주 물량에 대한 손실충당금으로 약 1025억원의 충당금을 쌓는다고 밝혔다. 일감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 증가에 대한 충당금도 각각 현대중공업 438억원, 현대삼호중공업 약 1800억원, 현대미포조선 약 200억원에 이른다.
후판 가격 상승 때문에 적자가 전망된다는 건 조선업계가 또 손해를 볼 가능성을 안고 수주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유조선(VLCC) 한 척을 지으면 1%가 남는다며 후판 3만t이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t당 5만원이 오르면 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올해 하반기 공급분부터 후판 가격을 t당 5만원씩 올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된 가격도 중국산 후판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한 손실로 조단위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에 처하자 철강 제조 원가가 오른 상황에서도 후판 가격 인상을 자재해오다 최근에야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후판 부문의 적자가 해소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내년 후판 가격을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손실은 후판 가격 인상분 400억원, 올해 수주선 중 공사손실충당금 1100억원,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증가 28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매출감소로 인한 고정비 증가는 이미 구축된 생산설비를 놀리면서 발생하는 손실이다. 삼성중공업은
한편 강재가격과 원화가치 상승할 것이란 예상으로 충당금을 쌓는 데 대한 의문도 나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아직 건조에 들어가지도 않은 물량에 대해 미리 충당금을 쌓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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