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처음 문을 연 '봉구비어'는 간단한 안주와 생맥주를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2012년부터 상표에서 글자 하나를 바꾼 뒤 내·외관을 흡사하게 만든 '스몰비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업체 '쥬씨'도 마찬가지다. 상표와 외관, 메뉴, 가격 등을 쥬씨와 비슷하게 만든 유사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원조 업체는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거의 없었다.
특허청이 이처럼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행위에 칼을 뽑아 들었다. 특허청은 인기를 끄는 기존 업체를 모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17일 공포에 거쳐 올해 7월 18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 부경법은 상점의 인테리어, 간판, 외부 디자인 등 영업 장소의 전체적 외관(트레이드 드레스)을 모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시에는 특허청이 직접 조사하고 시정권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쥬씨를 비롯해 빽다방 등 저가 주스, 커피 전문점이 인기를 끌자 이를 모방하는 '미투 브랜드'가 수십 개 창궐한 바 있다. 특허청은 개정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무임승차로 인한 소상공인 및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번 개정 부경법은 아이디어가 특허로 보호되기 전,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도 규제한다. 사업제안, 거래상담, 입찰, 공모전과 같은 거래관계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를 그 제공 목적에 반하여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 유형으로 추가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이 대기업 공모전에 아이디어를 제출했는데, 발명가와는 어떠한 상의도 없이 아이디어를 도용해 제품을 만들경우 제재 대상이 된다. 또한 대기업이 사업제안, 입찰 등을 통해 취득한 중소기업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업화하는 것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피해자는 손해배상청구, 금지청구 등의 민사적 조치를 할 수 있다. 다만 제공받는 측이 그 아이디어를 이미 알고 있었거나, 그 아이디어가 동종 업계에 널리 알려진 것임을 증명하면 면책될 수 있다. 특허청은 7월 18일 법 시행과 함께 아이디어 탈취 사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권고할 예정이다. 소송 비용이나 증거 수집에 대한 부담이 없으므로 중소·벤처기업, 개인 발명가들이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자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특허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기술탈취 피해를 해결할 것"이라며 "향후 시정권고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정명령 및 명령불이행죄 도입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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