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선가 상승과 수주 증가 등 업황 회복 조짐 속에서도 구조조정 진통으로 웃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현재 조선소가 지난 2010년대 초반 호황기에 맞춰 구축돼 있지만, 업황이 회복돼도 지난 호황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조직 슬림화를 추진 중이다. 반면 사측의 조직 슬림화로 일자리 안정에 위협을 느끼는 노동자들은 춘투를 준비하고 있다.
27일 조선업계 안팎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까지 파업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지난 2월 2016~2017년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할 때 유휴인력 문제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최근 회사 측이 희망퇴직을 추진하자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올해 임단협에서도 노사의 입장차가 커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고 임금의 20%를 반납하는 내용을 담은 협상안을, 노측은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과 연차별 조합원임금격차 조정 등의 협상안을 각각 내놨다.
다음달부터 각각 임단협과 임금협상에 돌입할 예정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상황이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올해 임협에서 2016~2017년치를 포함해 3년치를 한꺼번에 협상해야 한다. 또 자구안에 포함된 희망퇴직도 실시해야 한다.
조선소에서 노사 간의 전운이 감도는 것과 달리 선박 발주 시장에서는 회복세가 완연하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62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로 전년 동기 대비 61.4%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3배로 늘어난 263만CGT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선가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제외하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초대형유조선(VLCC) 가격은 척당 8600만달러로 지난해 말 8150만달러보다 450만달러 올랐다. 지난 1월 말까지 척당 4400만달러였던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의 선가도 지난달 중순까지 한달 반만에 200만달러가 오른 뒤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선가도 사이즈별로 200만~300만달러씩 올랐다.
문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수주 부진의 여파가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한 뒤 1년 가량 설계와 원자재 구매 과정을 거친 뒤 야드에서 작업이 이뤄질 때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인식한다. 올해 말까지는 실적 부
보릿고개를 넘기고 난 뒤에도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게 조선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살아나도 지난 2010년대 초반의 호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규모를 줄이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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