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에서 처음으로 옥시 제품이 아닌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에서 제조하고, 애경에서 판매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을 때에도 전형적인 가습기살균제 폐질환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해당 기업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지난 2012년 폐질환이 시작된 쌍둥이를 연구한 결과 이 자매가 쓴 가습기살균제가 폐손상의 원인일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쌍둥이 자매가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는 애경에서 판매한 것으로 주성분은 CMIT와 MIT다.
그 동안 SK디스커버리에서 제조하고 애경에서 판매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은 옥시 제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었지만 피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가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옥시 제품의 주성분이었던 PHMG와 PMG만 폐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CMIT와 MIT가 폐손상의 원인일 수 있음을 의학계에서 처음 인정한 것. 더욱이 정부가 한 동물실험이 아니라 실제 사람에 대한 임상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SK디스커버리와 애경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인체유해조사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애경 관계자는 "정부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다"며 "정부 조사에 일단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디스커버리도 마찬가지다.
SK디스커버리와 애경이 정부의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 의학계 보고서만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성을 인정 받은 피해자들은 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민사소송에서 유리
다만 오는 25일 예정된 환경부 국정감사에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이윤규 애경산업 대표가 각각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의학계의 이번 보고서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사고 피해와 관련해 각 사의 입장은 더 자세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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