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보조금 차별에 대규모 투자를 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놀리다시피 하기도 했던 배터리업계가 다시 중국 투자에 나섰다. 오는 2020년 중국 내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돼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차별도 약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전기차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중국 난징 빈강경제개발구에 두 번째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오는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할 계획으로 투자가 완료되면 새로 짓는 공장에서는 한번 충전한 뒤 32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가 연간 50만개 이상 생산된다. 우선 내년 말부터 1단계 양산을 시작한다.
LG화학은 이미 난징 신강 경제개발구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또 빈강경제개발구에서 180km 떨어진 우시에는 오는 2020년까지 화유코발트사와 합작해 연산 4만t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양극재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 중 하나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남경 제2공장에 최신 기술과 설비를 투자해 빠르게 성장 중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공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텐진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섰다. 이미 시안에서는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 쓰이는 중대형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원통형배터리는 주로 소형 정보기술(IT)기기,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등에 쓰인다. 그러나 수천개가 연결된 원통형배터리를 제어할 배터리관리시스템(BMS)를 확보했다면 고성능 전기차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소형전지는 중대형전지에 비해 에너지효율을 더 높일 수 있어서다. 실제 테슬라의 전기차에는 파나소닉이 만든 원통형배터리가 장착된다.
배터리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창저우 진탄경제개발구에 약 14만5200㎡(약 4만4000평) 규모의 부지에 오는 2020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리튬이온전지분리막과 세라믹코팅분리막 생산설비를 내년 초 착공할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리튬이온전지분리막 3억4000만㎡와 세라믹코팅분리막 1억3000㎡가 생산된다.
배터리업체들이 중국 투자에 나선 배경은 오는 2020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된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정책으로 자국 전기차 시장을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웠지만 한국 업체가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모델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LG화학과 삼성SDI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10% 내외까지 떨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차별이라고 업계는 추측한다.
그러나 오는 2020년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한국 업체들도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LG화학은 지난 2분기말을 기준으로 약 60조원어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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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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