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야외에서 배추를 씻고 옮기고 하루 종일 앉아서 김장을 담그는 작업은 척추와 관절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특히 평소 쪼그려 앉는 자세에 익숙하지 않고 무거운 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주부는 요통이나 관절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장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김장증후군은 김장 후 허리와 어깨, 무릎 등 온몸이 쑤시는 몸살 현상을 말하는데, 대표 질환으로 손저림 증상의 손목터널증후군을 비롯해 무릎, 어깨, 허리 등의 척추·관절 통증이 있다.
바른세상병원 관절클리닉 정구황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김장 재료를 옮기기 위해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동작은 무릎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재료를 최대한 가까운 곳에 배치하여 해당 동작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또 무거운 재료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이 많아 팔이 잘 돌아가지 않거나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며 "김장 후 관절이 붓고 아프거나 자고 일어났을 때 뻣뻣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와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일 평균 기온이 4℃ 이하, 하루 최저기온 0℃ 이하로 유지될 때를 김장하기 적당한 때로 본다. 하지만 싸늘한 날씨는 뼈마디가 시리고 아픈 오십견을 포함한 어깨통증, 무릎통증 등 관절 통증이 심해지는 시기다. 기온이 낮아지면 찬 기운이 근육과 혈관을 수축해 근육의 유연성은 감소하고 혈액순환이 저하되며 근육과 인대를 굳게 만들어 관절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상할 수 있다. 관절 주변이 차가울수록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추운 김장철, 철저한 관절 보온 대책이 필요하다. 김장 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반신욕을 하면 혈액 순환에 좋고, 손 난로나 핫팩 등을 이용해 관절 주변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 김장을 마친 후 온욕이나 찜질을 통해 근육을 풀어주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김치 속을 버무리고 넣는 작업 내내 주부들은 보통 딱딱한 바닥에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장시간 쪼그리고 앉는 자세는 무릎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관절 노화가 시작되는 40대 이후에는 작은 압력에도 무릎의 연골판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의 경우 골밀도까지 낮아진 상태라 관절과 연골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쪼그려 앉게 되면 서 있을 때에 비해 7~8배의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에 무릎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쪼그려 앉기 보다는 식탁이나 테이블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득이하게 바닥에 앉아서 김장을 해야 할 경우라면 보조 의자를 활용해 무릎 관절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하고, 무릎 각도가 90°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김장 후 가장 주된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잘못된 자세로 오랜 시간 바닥에 앉아 있는 등 김장을 하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행동들은 대부분 허리에 부담을 많이 주는 동작들이다. 서 있을 때와 비교해 앉아 있을 때 허리는 2~3배의 하중을 받는다. 딱딱한 바닥에 앉을수록, 허리가 앞으로 구부정하게 구부러질수록 허리 부담은 가중된다. 특히 김장은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나르는 과정이 잦은데, 특히 소금물에 절인 배추는 무게가 상당해 허리를 숙여 들어올릴 때 허리에 무리를 주게 된다. 따라서 평소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장시간 김장으로 인한 허리 통증을 예방하려면 1시간에 한번씩은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무거운 배추나 김치통을 들어올릴 때는 허리만 구부리는 자세가 아니라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앉아 물건을 몸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 천천히 하체 힘으로 들어올리는 것이 허리 건강에 좋다.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한재석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때 허리만 숙여 들어올리는 자세는 순간적으로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증가시켜 요추 염좌나 허리디스크의 파열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무거운 물건은 혼자 무리해서 들기 보다는 여럿이 함께 들어 허리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 바닥에 앉아 일을 할 때도 허리를 세우고 앉아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추를 씻고, 짜고, 버무리고, 다듬는 등 김장철 주부들의 손은 쉴 틈이 없다. 이렇게 무리한 힘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손과 팔에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추운 날씨 찬물에 손을 많이 쓰고 나면 저릿저릿 손목 저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이럴 경우 단순히 손을 많이 써서 생긴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저린 부분을 몇 번 주물러 주는 것으로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손목터널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장기간 집안일을 많이 하는 중년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질환인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두꺼워진 인대가 손으로 가는 신경을 압박해 손이 저리고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반복적인 손목사용이 대표 원인으로 오랜 기간 가사일을 한 중년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김장 시 손목 통증을 예방하려면 최대한 손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 주변이 차가울수록 통증과 증세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장갑을 끼는 것이 보온에 효과적이다. 무거운 것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동작이 반복되면 손목 신경이 눌려 손 저림증이 발생할 수 있으니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기 보다는 무게를 줄여 나눠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른세상병원 수족부클리닉 김동현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야외에서 김장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얇은 옷을 겹쳐 입고, 배추를 헹구거나 야채를 씻는 등 찬물에 손을 담글 때는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며 "평소 손목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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