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고 마른 체형의 `BRCA보인자`, 유방암 더 잘 걸린다

키 크고 마른 체형의 여성이 BRCA(유방종양을 억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보인자를 갖고 있다면 유방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병원장과 한국인유전성유방암연구(KOHBRA)가 참여한 다국적 연구팀이 '멘델리안 무작위화 접근법'을 통해 BRCA1 보인자 1만 4,676명, BRCA2 보인자 7,912명의 유전정보를 대상으로 '키·BMI와 BRCA 보인자의 유방암 발병 관계'를 연구 및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국제연구단체 CIMBA(Consortium of Investigators of Modifiers of BRCA1/2)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암 연구 및 치료분야 관련 저널인 JNCI(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인용지수 15.678)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결과 키가 클수록 BRCA 보인자의 유방암 발병 위험률이 증가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과거 밴더빌트대학 연구팀이 일반 여성의 경우 키가 10㎝ 클수록 유방암 위험이 17%씩 높아진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이 BRCA 보인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키가 10cm 클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률이 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시절 영양상태나 호르몬 상태는 키가 크는 데 큰 영향을 주게 되며, 이러한 영양상태나 호르몬 상태가 바로 키와 유방암 발생의 관계에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호르몬과 관련해 인슐린 유사성장 인자 신호경로가 있으며, 이는 유방암을 포함한 여러 암의 발생과정에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최근에는 성인의 키, 체형, 대사, 모세포 노화, 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LIN28B-let-7 microRNA 경로가 키와 유방암 발생 사이에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BRCA 보인자의 유방암 발병률을 보다 개별적으로 예측하는 것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BMI(㎏/㎡)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발견됐다. 조사 대상의 BMI가 5㎏/㎡증가할 때마다 유방암 위험은 6%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BMI 수치와 유방암 발생의 연관성에는 혈중 인슐린 유사성장 인자-1 수치와 무배란 월경, 혈중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BMI가 5㎏/㎡ 증가할 때마다 유방암 발병 위험률이 폐경 후 여성은 12% 증가, 폐경 전 여성은 8% 감소한다는 연구가 보고되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BMI와 BRCA 보인자의 유방암 발병 위험률은 폐경 전 여성에 한해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은 "BRCA 보인자 역시 유방암 발병 위험률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유방암을 발생시키는 개별적인 위험 예측을 위해 오랫동안 본 연구가 진행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BRCA 보인자의 키와 BMI를 이용해 연령에 맞춘 유전상담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있어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