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 꺾였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전월의 절반 수준으로 꺾이고 개인신용대출 잔액도 2개월 연속 줄어들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둔화했습니다.
오늘(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주요은행의 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571조3천798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과 비교해 1조153억 원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증가폭은 2017년 3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작았습니다.
이는 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대폭 둔화한 데다가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주요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2조3천678억 원 증가한 407조4천845억 원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조 원 넘게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증가폭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지난해 여름 불었던 부동산 시장 열풍이 9·13 대책을 기점으로 가라앉으면서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9·13 대책은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했다면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바짝 조여들면서 유동성이 말라붙었고 주택 거래량 역시 급감 중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8∼9월에 주택 매매계약이 이뤄지면 잔금 대출이 11∼12월에 나간다"며 "지난해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은 이 같은 원리였는데 이제는 부동산 호가가 내려앉아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대출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계대출이 이렇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두 달 연속 감소 중입니다.
전월보다 무려 1조916억원 줄어들면서 100조8천16억원을 나타냈습니다. 이 같은 추세가 이달에도 이어진다면 100조원이 깨질 전망입니다. 감소폭은 2017년 12월 3조4천984억원 감소를 기록한 이후 가장 컸습니다.
개인신용대출은 통상 직장인들이 연말 성과급 등 목돈을 지급받는 연말·연초에 잔액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목돈으로 이자율이 높은 신용대출을 우선 상환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계대출의 양축인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중은행은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신은 은행의 가장 큰 수익처인데 가계대출이 쪼그라들면 우량 중소기업을 놓고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은행이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